보험업계 "한국알리안츠, 500명 내외 구조조정 필요"
한국알리안츠, 매각 전 구조조정 진행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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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알리안츠그룹이 최초에 제시한 한국알리안츠생명의 몸값 (내재가치, Embeded Value)은 6000억원. 하지만 안방보험에 매각된 금액은 불과 300만달러에 그쳤다. 우리돈 30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보험업계 일각에선 충격적이란 반응도 나온다. 다만 앞으로 있을 한국알리안츠의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 지출, 이미 판매한 고금리상품의 역마진 확대,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자본확충 규요 등이 거래 금액에 반영된 것이란 입장이다.
◇ 대규모 구조조정 필요·고금리 확정 상품 부담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국알리안츠는 매각 전에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한차례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 인력을 절반으로 줄였지만 한국알리안츠와 안방보험은 자산 규모에 비해 임직원수가 필요 이상이라는 판단을 공유하고 있다. [안방보험, 알리안츠생명 매각 전 구조조정 요구]
생명보험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알리안츠와 비슷한 자사 규모를 가진 보험사와 비교할 경우 한국알리안츠는 1183명인 반면 메트라이프는 643명에 그쳤다. 한국알리안츠의 자산은 16조5610억원, 메트라이프는 17조4767억원이다. 한국알리안츠의 임직원수는 자산규모가 3배 이상인 57조원의 NH농협생명보다도 오히려 많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 때 2800명이었던 임직원을 구조조정해 절반으로 줄였지만 한국알리안츠의 자산 규모를 고려했을 때 추가로 500명 정도의 인력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은 퇴직금과 위로금 등을 포함해 약 2000억원 정도가 소요될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 금액은 이번 거래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한국알리안츠가 생보업계에선 사실상 유일하게 퇴직금누진제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기업 가치를 떨어뜨렸다.
안방보험이 제일생명 시절 당시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상품도 가치 할인요소로 작용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제일생명 시절 판매한 상품의 평균 확정이자가 5~6%인 반면 한국알리안츠의 운용수익률은 4%대로, 2%포인트 가량의 역마진이 나고 있다"며 "분석결과 기준금리가 25bp 하락하면 1000억원의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IB업계에선 한국알리안츠 인수자는 인수와 함께 대규모 증자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알리안츠가 변액보험판매 비중이 경쟁사에 비해 낮다는 점도 가지 산정에 부정적인 요소로 꼽혔다.
◇ 대규모 손실 예상·회계기준 변경, 수천억원 증자 필요
보험업계에서는 구조조정비용과 역마진에 따른 추가 손실,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부채 평가 규모 증가 등을 고려했을 때 수천억원의 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3000억원을 증자한다고 해도 구조조정비용과 역마진 손실로 인해 1~2년이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알리안츠그룹이 한국알리안츠를 거래비용 수준만 받고 한국을 황급히 떠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안방보험은 만기보유금융자산 가운데 일부를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전환 등 계정재분류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일반 기업으로 보면 자산재평가를 하는 것과 유사하다. 지난해말 한국알리안츠생명 만기보유자산 장부가는 6조9900억원. 공정가치는 8조700억원으로 평가됐다.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알리안츠그룹이 경영할 당시에는 유럽 기준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계정 재분류 또는 조정이 어려웠다"며 "매각이 완료되면 다양한 방법으로 자본확충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안방보험은 직접 증자도 검토하고 있다. 계정 재분류를 통해 자본을 확충할 경우 '꼼수'란 지적이 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을 인수하며 한국에 진출한 안방보험은 한국알리안츠 생명 인수에 이어 추가로 국내 금융회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여론 동향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증자 규모와 여부는 구조조정 진행 상황과 성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안방보험은 구조조정이 완료 후 동양생명과 합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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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4월 07일 14:2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