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런 접근과 공격적 확장 갈림길 놓여
기존 O2O 스타트업 업체·오프라인 사업자 반발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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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중순 정주환 카카오 O2O 총괄 부사장이 주최한 세미나의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한 스타트업 대표가 "M&A 및 투자유치 관련 미팅을 잡아놓고선 정작 O2O 신사업 팀을 참석시켰다"며 "결국 아이디어만 빼내가겠다는 것 아니냐"는 식의 불만을 제기했다(A 스타트업 대표)
#2 대기업이 스타트업들과 투자유치나 제휴 관련 미팅을 해놓고는 사업기밀과 인력만 빼내서 직접 사업을 시작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어느 대기업냐고 물었더니 '카카오'라는 대답들이 나왔다(B 스타트업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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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상생과 성장 사이 갈림길에 섰다. 기존사업의 부진과 재무 부담 확대로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의 실적 가시화가 시급해졌다. 지금까지 카카오는 기존 업체들과 관계를 꾸준히 쌓으며 사업에 진출하는, 다소 신중한 O2O 전략을 펼쳐왔다. 이젠 수익 확보를 위한 공격적 확장 전략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등장하고 있다.
◇ 카카오 O2O 전략, 상생에서 확장으로 선회?
카카오는 그동안 O2O 사업에 진출하며 소상공인 및 기존 업체들과의 상생을 강조했다. O2O 사업 특성상 꼬리표가 붙을 수 있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이었다.
이미 출범한 '카카오 택시'와 본격적인 출범을 앞둔 '카카오 드라이버'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는 콜택시·퀵서비스·대리운전 등 기존 중개업체들의 일관적이지 않은 수수료 책정과 비용 전가에 불만이 쌓인 일선 기사들과의 접촉을 확대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서비스로 편의성을 느끼는 이용자들과의 접점을 찾았다. 점차 양쪽의 지지를 바탕으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전략이었다.
올해부터 직접 수수료를 얻는 수익형 O2O 출범을 앞두면서, 카카오의 기존 전략이 공격적인 확장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3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도 회사의 사업목적에 포괄적인 O2O서비스업을 추가하고, 기존 정관을 수정해 이사회 권한에 힘을 실어주면서 신사업 확장을 위한 의사결정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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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카카오의 확장 기조를 체감하는 곳은 기존 O2O 시장에 자리 잡은 스타트업(Start-up) 업계다. 카카오는 올해 공식적으로 대리운전 서비스인 '카카오 드라이버'와 뷰티 서비스 '카카오 헤어샵'의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LAZY(가제)'라는 가사도우미 O2O 서비스도 올해 출시를 목표로 인력충원 등 본격적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의 진출 방향이 점차 넓어지면서, 카카오와 사업 영역이 겹치는 기존 스타트업 업체들은 계획된 투자가 취소되는 등 후폭풍을 호소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카카오로의 사업 아이디어 및 인력 유출에 대한 불만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개별 사업에 대해선 확인해 줄 수 없지만 O2O 사업 또한 내부에서 30~40여가지를 두고 검토하고 있으며, 일단 O2O 영역은 기본적으로 모두 진입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다만 새로운 서비스들은 출시전 시장에 미리 공개하면서 혼란을 줄이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존 사업 부진에 싸늘해진 시장…주목도 높아지는 신사업 성공 여부
성장에 방점을 찍은 카카오의 전략 변화에는 점차 악화하는 경영 환경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캐시카우(Cash-Cow) 사업인 광고와 게임 모두 일시적 부진이 아닌 구조적인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사업인 O2O 사업에서의 수익으로 공백을 채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시장의 시선은 점차 냉정해지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도이치뱅크(Deutsche Bank)는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카카오의) 실망스러운 실적 발표가 계속될 경우 카카오를 '의심스러운 종목(Show-me stock)'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는 등 건전했던 재무상황도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이후 부담이 쌓이고 있다. 여전히 우량한 신용등급(AA-)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용평가사들은 공통적으로 기존 사업의 회복과 투자가 집행된 O2O 사업의 실적 본격화가 늦어질 경우 등급 하향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여전히 자금 소요가 산적한 카카오 입장에서는 신용도 유지도 부담 되는 상황이다.
여론의 중요성이 큰 O2O 사업 특성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한 증권사 IT 연구원은 "이미 2013년 네이버가 맛집·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O2O 시장 진출을 시도했지만, 골목 상권 침해 논란에 전격적으로 철수하고 재단을 세워 기부까지 했다"며 "거의 모든 수익원이 내수 기반으로 이뤄진 카카오는 여론의 역풍이 이보다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기존 시장을 침해하기보다는 원래 시장을 확대하는 방향에서 신사업을 검토하고 있고, 기존 플레이어들(Player)과도 지속적인 대화 및 협의를 하는 등 상생 방안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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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4월 03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