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태국 등 면세업 확대 추세
사후면세 즉시 환급제도 영향 줄 듯
헤게모니 꽉 쥔 정부, 잠재위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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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던 시내면세점에 대한 시선이 바뀌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에 불확실성은 커졌고 업체간 생존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지난해 신규 면세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이같은 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업자 수는 늘어만 가는데, 사업을 장기간 지속하지 못할 가능성은 현실화했다. 최근 정부가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시내 면세점 추가 안건을 검토하면서 업계는 더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인근 아시아 국가들의 면세사업 육성도 한창이다. 10~20년 후에도 국내 시내면세점이 지금의 성장세를 보여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 시내면세점 추가 가능성…롯데·SK 기회 얻을시 경쟁 더 치열
국내 면세업계가 뒤숭숭하다. 정부의 면세점 제도 개선안이 불을 붙였다. 지난 3월31일 기획재정부·공정거래위원회·관세청 등 관련 부처들로 구성된 ‘면세점 제도 개선 테스크포스(TF)’는 면세 특허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기간 만료시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갱신도 가능하도록 했다.
일단 특허기간 연장과 갱신에 대해선 환영하는 분위기다. 사업 불확실성이 한결 완화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호텔롯데와 SK네트웍스가 각각 월드타워점(잠실)과 워커힐점(광진)을 잃게 되면서 기업들과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한층 커진 상태다. 다만 사업 중단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또 다시 특허만료 시점이 오면 지난해와 같은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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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면세점 추가 허용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업계에선 호텔롯데와 SK네트웍스가 다시 기회를 얻을 것인지, 또 몇 곳에 특허를 부여할 지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말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호텔롯데에는 기업가치 산정에 변수가 될 것이란 시각이 크다.
한화·두산·신세계·HDC신라·SM면세점 등 신규 사업자들은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치기도 전에 더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게 됐다. 이들 업체들의 사장단이 직접 세종정부청사를 방문해 반대의사를 전할 정도로 민감한 문제다. 신규 면세점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부담인데, 시장지배력이 강력한 면세점 두 곳이 부활할 수 있다. 호텔신라의 주가가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는 평가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정에서 면세사업 투자를 택한 한화와 두산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 면세산업 확대 나선 중국·일본·태국…관광객 유치 부담될 수도
시내면세점이 언제까지 폭발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지도 알 수 없다. 지난해 국내 면세시장의 매출 성장률은 3%를 기록했다. 메르스 여파가 만만치 않았고 2014년 유독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던 데 따른 기고효과도 있어, 평소보다 성장세가 대폭 꺾여 보이는 측면은 있다. 올 1월 매출은 7억5400만달러(한화 약 8633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2013년 수준의 성장률(11%)이다.
다만 중국 관광객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도가 다시 드러났다. ‘중국 효과’가 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다. 최근 중국·일본·태국 등 인근 아시아 국가들이 면세산업 규모를 키우면서 우려는 더 커졌다. 중국은 지난 2월 19곳의 입국장 면세점 설립을 허가했다. 해외소비를 국내로 돌리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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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시내면세점을 늘리고 있다. 그동안 일본의 면세시장은 구매한 현장에서 즉시 환급이 가능한 사후 면세(Tax Free) 위주로 운영됐다. 올초 도쿄 긴자에 미쓰코시이세탄이 시내면세점을 연 데 이어, 새 매장들이 차례로 개점을 앞두고 있다. 태국은 외국 기업에도 시장을 개방하면서 면세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은 국영기업인 '킹파워'가 시장을 독점해왔다. 명품 구매에 대한 세금도 없앴다.
두 나라 모두 관광지로서 인지도가 높다. 특히 중국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중국인 입국자 수가 가장 많았던 국가가 바로 태국(786만명)이다. 한국이 598만명으로 2위고 그 뒤를 일본(499만명)이 바짝 쫓고 있다. 한국이 관광지로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면세업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중국 관광객들은 대부분 쇼핑을 하러 한국에 온다”며 “그 외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부족한 면이 있기에 일본 같은 인근 국가들이 매력적인 관광지로 부각되면 고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사후면세 즉시 환급제도 영향…헤게모니 꽉 쥔 정부도 잠재 위험요인
올해부터 사후 면세점의 외국인 즉시 환급제도가 도입된 것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선 사후 면세점 이용절차가 더 간소화됐다. 시내 면세점과 비교하면 구매 순간 할인 받는다는 느낌이 더 크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등록제이기에 시장진입도 쉽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대형마트와 편의점까지도 사후 면세점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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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면세점과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통업과 면세사업을 모두 거느린 롯데나 신세계의 경우 ‘제 살 깎아먹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면세점에서 판매비중이 큰 화장품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면세시장에서 몇 년간 매출 1위를 지켜온 루이비통을 끌어내린 건 화장품 브랜드인 후(LG생활건강)와 설화수(아모레퍼시픽)였다.
한 증권사 면세업 담당 애널리스트는 “화장품은 한국이 원산지인 상품으로 사후 면세로 구입하면 관세에 부가세까지 제외된다”며 “구매하는 곳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큰 상품도 아니기에 굳이 시내 면세점까지 가서 구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1년 만에 상황이 급변하자 정부를 향한 시선은 한층 싸늘해졌다. 정부가 오랫동안 면세산업의 헤게모니를 쥐면서 나타난 역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시장흐름을 읽지 못한 정책에 기업들과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면세업에 투자할 때 가장 큰 리스크는 ‘정부 정책’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면세점은 애초에 특허제가 아닌 등록제로 관리하는 게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한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적지 않은 투자자금이 필요해 아무나 진입하기 쉽지 않은 사업”이라며 “시장 자율에 맡겨야 잘할 수 있는 곳들이 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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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4월 05일 08: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