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정책에만 초점 맞춰 전략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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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면세점 산업의 리스크 중 하나로 '정부'가 꼽힌다. 정부의 잦은 정책 변경이 사업자들의 혼란을 일으키고 산업 경쟁력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업계는 면세점 산업이 정부의 간섭에서 더욱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고무줄' 정책으로 면세산업 경쟁력 훼손
면세점 업계는 현재의 면세점 관련 정책들이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제 멋대로'의 정책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정부의 잇따른 정책 변경으로 중장기 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고 업체들은 토로한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중소 면세업체들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관세법을 개정, 면세점 특허권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변경했다. 기존의 갱신제도도 함께 폐지했다. 당시 업계는 특허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한 배경에 대해 의아해했다. 면세점은 통상 개점을 하고 3~4년이 지난 후에 수익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허 기간은 3년만에 다시 변경됐다. 정부는 이번엔 불안정한 고용 승계를 이유로 10년으로 되돌렸다. 갱신제도도 부활했다.
업계가 더 민감해 하는 부분은 추가 신규 사업자 선정 여부다. 지난해 롯데 월드타워점, SK 워커힐점은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정부는 연초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대한 논의를 추가로 시작했다. 이에 탈락한 업체들은 지난해와는 상반된 논리로 시장 재진입을 시도 중이다. 지난해 한화, 두산이 추가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되며 불거진 재벌 특혜 논란이 재점화한 이유이기도 하다.
호텔롯데, 호텔신라의 면세점과 SK 워커힐면세점, 신세계면세점, 동화면세점의 매출을 합한 비중은 지난해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상위 3사의 합산 점유율이 75%를 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이미 뚜렷한 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신규 사업자 선정은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국내 관광객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관세청 고시에 따르면 현 상황 하에서는 5개의 신규업체가 새로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정책이 자주 변경되는 것도 문제지만, 신규 사업권이 대기업에만 돌아가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 기업·투자자들도 "정책리스크가 변수"
면세업에 관여하는 기업들은 중장기 사업전략을 짤 수 없다고 하소연 한다. 정부의 정책이 산업의 성장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이 면세점 운영전략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신규 사업자 선정 등 정부 정책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일부 금융시장 투자자들은 정부의 개입 자체를 면세점 시장의 변수로 꼽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면세업은 관광객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정부가 면세업을 주도 중"이라며 "정부가 면세업을 시장에 맡기고 관리만 하는 것이 (과정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투자자들은 공통적으로 정부 정책이 아닌 면세점 시장의 성장 변동성을 예의주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면세점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낙관적이다. 다만 중국인 관광객 입국 추이와 일본, 중국 내 면세점 시장 확대 등은 지켜봐야 할 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 입국자 수의 성장세가 약화돼 국내 기업들이 중국인 관광객을 통해 얼마나 수혜를 볼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이는 공급적인 측면에서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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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4월 07일 08: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