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兆)단위 거래 늘고 국내 인수금융 인력 영입하며 투자 나서
"4%~5% 인수금융 금리, 고수익 투자처로 여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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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진출한 외국은행들이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인수금융(Loan) 투자자 목록에 등장하고 있다. 그간 우량 대기업 여신에만 집중했지만 수익성과 안정성을 두루 갖춘 인수금융으로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17일 인베스트조선 M&A 인수금융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일본의 스미토모미쓰이은행은 지난해 끝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에 참여했고, 중국공상은행은 최근 끝난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자본재구조화 거래에 참여했다. 각각 금액은 300억원과 800억원으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인수금융 업계에선 외국은행의 본격적인 참여가 시작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특히 중국공상은행은 앞서 메가박스의 매도자금융과 효성그룹의 삼양패키징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에 투자자로 나서는 방안도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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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앞선 인수금융 투자로는 2014년 미즈호은행이 롯데그룹과 오릭스PE의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 인수에 1950억원을 빌려준 적이 있다. 형식으로 보면 인수금융이긴 하지만 미즈호은행과 롯데그룹과의 오랜 거래 관계에 따른 것으로 지금과 같은 인수금융 성격으로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외국은행들은 그간 인수금융에 대한 관심에 비해 실제 투자는 드물었다. 외국 은행들은 여신 업무 범위가 좁았고 대출 심사 문턱도 높았다. 재무구조가 탄탄한 국내 대기업들의 여신만 취급했고 채권 투자 역시 국공채 신용등급 AA 이상의 회사채 정도로 국한됐기 때문이다.
외국은행들이 기회를 잡기도 어려웠다. 수천억원 규모의 거래는 연기금과 공제회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전부 소화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본이나 중국계뿐 아니라 유럽계 은행들도 인수금융 투자를 의논하려는 곳은 많았다"면서 "PEF 인수금융은 인수목적회사의 지분 담보 대출이라 일반 기업 대출에 익숙한 외국계 은행들로서는 본사 리스크 위원회 통과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조(兆)원 단위를 웃도는 자금을 차입해야 하는 M&A가 잇따르고 국내 인수금융 전문인력들이 외국은행으로 옮겨가면서 외국은행에도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투자 기회가 왔다. 실제 중국공상은행은 서울 지점의 자산 확대를 목적으로 신한은행 인사들을 영입했고, SMBC에는 과거 하나금융투자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에게도 인수금융은 안정적이면서 상대적으로 더 높은 이자를 주는 투자처다. 외국은행에게도 마찬가지다. 최근 인수금융 금리 수준은 4%~5% 수준으로 과거보다 떨어졌지만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이고 중국은 우리나라와 같이 기준 금리가 1%대 초저금리 상황임을 감안하면 고수익 투자처인 동시에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이다.
다른 관계자는 "일본이나 중국계 은행의 경우 조달 비용이 낮아 인수금융 투자로 비교적 높은 마진을 챙길 수 있다"면서 "원화자산을 늘리려는 중국공상은행의 경우 일반 여신뿐 아니라 신디케이션에도 적극적이며 투자 금액도 큰 편"이라고 했다. 이어 "인수 대상 기업이 해외에서도 잘 알려지거나 규모가 큰 거래가 많아지면 외국계 은행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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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4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