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확장에는 도움...'한때 붐 아니냐'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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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 중개업에 뛰어드는 증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큰 수익을 보장하지 않지만 생존을 위한 특화영역의 하나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과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지난 달 증권사 최초로 증권형(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중개 업무가 가능한 온라인 소액 중개업 자격을 획득한 데 이어 최근 투자유치에도 성공했다. IBK증권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위한 자금 모집에서 7영업일 만에 투자자 280여 명을 유치해 목표 금액인 5억원을 조달했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자체 개발한 크라우드펀딩 중개 시스템 ‘위크라우드’를 통해 전기자전거 부품 제조사 하이코어의 목표액 1억원 중 9860만원을 조달했다.
이들 증권사는 작년 7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에관한법률'이 개정될때부터 크라우드펀딩 중개사업 진출을 구상했다. 서버를 구축하고 관련 인력을 새로 배치하며 일찌감치 진출방안을 마련했다.
투자유치 성공사례가 나오자 반신반의하던 다른 증권사들도 라이선스 취득을 준비 중이다. SK증권과 HMC증권, 유진증권 등 중소형사들이 크라우드펀딩 중개를 위한 내부 서버구축에 들어갔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사의 경우 내부 전문 인력을 활용할 수 있어 전산개발 비용만 들이면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밝혔다.
중소형증권사가 크라우드펀딩 시장에 진출한 것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함이다. 증권업계의 구조가 재편되면서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자본규모 차이가 벌어지자 위기감을 느낀 중소형 증권사는 한 가지 영역을 특화시키는 방식의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새로운 영역을 선점해 대형사와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증권사들의 크라우드펀딩 진출은 당장의 수익성과는 거리가 있다. 크라우드펀딩은 모집 단위가 크지 않아 기존 IB업무에 비해 수수료 수익이 크지 않다. 중개 수수료도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500bp(5%) 수준으로 책정했다. 일반 중개업자들이 평균적으로 700bp의 수수료를 받고 실사 비용등은 별도 청구하는 것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긴 호흡을 갖고 크라우드펀딩 중개 사업을 영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단 크라우드펀딩을 중개했던 벤처회사가 향후 고객사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벤처회사가 성장할 경우 IB부서의 채널로 활용할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이런 움직임이 크라우드펀딩 시장 확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현재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형성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초기 단계 수준이다. 증권사 등 중개업자 수가 증가하면 자금 조달 규모가 증가하고, 성공사례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크라우드펀딩 업계 관계자는 “시장 초기에는 성공사례가 가장 중요한데, 증권사가 참여해 경쟁사가 늘어나면 자연히 홍보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계점도 지적된다.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증권사 성향을 감안할 때 이 또한 한때의 '붐'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있다. 증권사들이 장기적으로 영위하기 어려운 사업이란 의미다. 크라우드펀딩 업계 관계자는 “기존 IB업무에 비해 가져갈 수익 규모가 작은데, 증권사들이 이 영역에 얼마나 많은 인력을 키울지 의문이 든다”며 “증권사의 관련부서는 언제든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경쟁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사 평판 리스크만 강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크라우드펀딩에서 증권사의 역할은 단순 중개에 그친다. 펀드나 주식처럼 투자 권유가 불가하다. 자금을 모집하는 벤처기업을 추천하거나, 추천 순위를 매길 경우 '투자 권유'로 비춰질 수 있어 사이트 운영에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사들에 대한 '투자권유' 이미지가 워낙 강하다보니 크라우드펀딩 투자 실패가 고스란히 증권사의 탓처럼 비춰질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들은 주로 지분형(주식,채권투자)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데 이 부분의 비중이 작다는 한계도 남아 있다. 지분형 방식은 지분 희석과 개인 주주수 확대에 따른 경영간섭 등의 우려가 있어 아직도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서는 대출형 방식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크라우드 펀딩 시장이 여러 증권사들이 뛰어들만한 규모가 될지는 미지수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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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4월 18일 09:3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