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굵직한 투자·M&A에 팔 걷어…투자업계 시선집중
이머징마켓 중심 해외진출…계열사간 시너지 창출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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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컨트롤타워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복귀가 불투명해지면서 손경식 회장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실상 손 회장이 CJ그룹을 한동안 이끌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사업전략도 함께 변하고 있다. 굵직한 투자와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내실 다지기에 중점을 뒀던 2~3년 전과 다른 모습이다. 어느새 투자업계에선 주목받는 그룹 중 하나로 부상했다.
◇ 손경식 체제 본격화…다시 굵직한 투자·M&A 나서
CJ그룹 경영진 구도에 변화가 나타난 건 지난해 말부터다. 이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건강은 더 악화되면서 복귀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그러던 중 자녀와 조카들에게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모두 넘겼다. 맏아들인 이선호씨의 지분율이 15.84%로 올라갔다. 사실상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돌아오기 힘들어졌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일단 몸 상태가 좋지 않기에 지난해 재판결과가 좋았더라도 경영에 관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식시장에선 승계이슈가 급부상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키우기’에 공들일 가능성이 생기면서 ㈜CJ 주주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좋은데도 ㈜CJ의 주가는 좀처럼 오름세를 못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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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회장(사진)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손 회장은 CJ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그룹 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이채욱 ㈜CJ 부회장,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이 나머지 구성원이다. 집단 경영체제 성격이 강한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와 달리 손 회장의 리더십이 중요한 구조라는 평가다. 업계에선 이재현 회장 장남 선호씨가 아직 20대라는 점에서 손 회장이 그룹을 이끄는 구도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정황들이 이 회장의 복귀가 어렵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고 본다”며 “선호씨가 아직 어린데다 대기업의 승계과정이 하루 이틀만에 끝나는 게 아니기에 손 회장이 장기간 이끌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전략도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내실 다지기에 집중했던 주요 계열사들이 다시 공격적으로 투자와 M&A에 나섰다. 조짐은 지난해 초부터 나타났다. CJ대한통운이 조단위 거래인 APL로지스틱스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그로부터 반년 뒤 중국 최대 냉동물류사인 룽칭물류(ROKIN)를 인수했다. 얼마 후 CJ그룹은 CJ헬로비전을 SK그룹에 넘기고, 코웨이 인수에 뛰어들었다.
빅딜인 APL로지스틱스나 코웨이 인수는 성사되진 않았지만 CJ그룹의 투자전략은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올해 들어서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CJ제일제당이 연초부터 1조원대 거래인 중국 메이화성우(梅花生物) 인수에 나섰다. CJ CGV은 터키 최대 영화관사업자인 마르스 엔터테인먼트그룹(MARS Entertainment Group)을 인수했다. CJ대한통운도 동남아시아에서 물류업체 M&A를 추진 중이다.
◇ 이머징마켓 문화·콘텐츠사업 확대…투자업계도 행보(行步)에 ‘주목’
대형 M&A에서도 명함만 내미는데 그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룹내에서조차 이 회장의 부재가 작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시각이 컸다. 오너의 복귀를 전제로 한 상황에서 각 계열사가 스스로 굵직한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크로스보더 딜은 오너가 법적인 이슈에 묶였다는 점이 외국기업의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측면도 있었다. 마르스 인수가 예상보다 조금 늦어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M&A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부재로 대형 M&A를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은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며 “마르스 인수를 성사시킨 건 다소 놀라웠고, 이를 보면서 앞으로 CJ그룹을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투자방향은 기존에 설정한대로 해외진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동남아·중남미 등 이머징마켓이 주무대다. 현지기업을 인수하거나 현지기업과의 합작이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CJ제일제당·CJ오쇼핑·CJ E&M 등 주요 계열사들이 진출해 기반을 닦아놓은 곳에서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려는 모습이다. 대부분 내수산업으로 국내에서 선두권인 사업들이 많다. 이른바 먹고, 보고, 즐기는 문화·콘텐츠 영역에 초점을 맞췄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글로벌 컨설팅업체에 자문을 받고, 내부적으로도 M&A 전략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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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시장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기에 선택한 불가피한 전략이란 평가가 적지 않다. 곳간이 두둑하지 않은 사정상 최적의 매물을 찾아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쉽진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말 기준 ㈜CJ와 주력 계열사 5개사의 합산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3조8000억원이다.
그런 상황을 감안하면 성장스토리를 뚜렷하게 구축했다는 평가도 함께 따라붙는다. CJ그룹은 내수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많은 자금이 소요되는 전통 유통업에는 눈길을 돌리지 않았다. 홈쇼핑(CJ오쇼핑)과 드러그스토어(CJ올리브네트웍스) 정도만 거느리고 있다. 대신 일찍부터 무형자산 투자에 집중했다. 과거 사업 포트폴리오가 유사했던 롯데와 오리온과는 차별화된 정체성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자금력을 앞세워 유통산업에 더 손을 뻗었고, 오리온은 영화·방송·콘텐츠사업은 접고 중국에서 음식료 사업에 집중했다”며 “CJ는 이들과 달리 꾸준히 문화·콘텐츠 쪽에 투자를 집중했고, 최근엔 더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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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4월 1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