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삼성페이 활용 및 자사 카드 활성화…"어느 한쪽 놓칠 수 없어"
"삼성페이와의 주도권 싸움 中…결국 따라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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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전용 카드를 출시하는 등 카드사와 협력해 왔던 삼성페이가 은행과의 제휴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카드사 입장에선 달갑지 않은 광경이다. 카드사들은 삼성페이와 결제 시장 주도권 경쟁을 하는 동시에 고객기반이 겹치는 은행과 차별화를 고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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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페이-은행' 제휴…은행까지 결제시장 뛰어든다
삼성페이는 지난 14일부터 5개 시중은행과 ATM을 통한 입출금 서비스 제휴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삼성페이에 은행 계좌를 연동한 오프라인 결제도 협의 중이다.
은행들은 장기적으로 직불 결제방식의 지급결제 시장이 성장할 걸로 보고, 삼성페이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결제 시장 진출 전략을 세우고 있다. 본업의 성장성이 크게 줄어든 카드사는 삼성페이와 손잡은 은행이 지급결제 시장에 진입하는 광경까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페이와 제휴한 한 은행 관계자는 "고객기반이 겹치는 계열 카드사와의 마찰 때문에 결제 부문은 계속 고민 중"이라며 "아직은 은행 계좌와 삼성페이를 활용한 오프라인 결제를 도입하진 않았지만, 모바일 결제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결제 수수료 등 부가 수익이 예상돼 손 놓고 있을 순 없다"고 말했다.
한 금융담당 연구원은 "은행이 삼성페이와 공동으로 계좌 연동 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은행계 카드사 고객접점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며 "이들은 수익성이 높은 고객 확보, 적극적인 신규 상품 개발 등 수익 극대화할 수 있는 노력이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삼성페이 활용·자사 앱카드 출시 '투트랙' 대응
카드사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삼성페이가 제휴처를 늘려나가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페이가 은행과도 손잡음으로써 사실상 실물카드 대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해석한다. 만약 향후 삼성페이가 인터넷전문은행과 제휴할 경우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한 카드사들의 대응 전략은 '투 트랙'에 가깝다. 한 편에선 삼성페이와 손을 잡고, 다른 편에선 자체 모바일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일례로 KB카드는 올해 초 가맹점 할인율 이 큰 삼성페이 전용 모바일 카드를 출시하면서, 앱카드에 여러 실물카드를 한번에 담을 수 있는 자사 모바일 전용 앱카드를 출시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과거엔 결제가 카드를 통해 이뤄지는 등 카드사가 결제접점을 확보했기 때문에 고객 특성, 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결제 전후에 고객에게 맞춤형 혜택을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고객접점이 모바일로 넘어간다면 정보의 주도권이 카드사에서 삼성페이로 넘어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페이가 카드사 등 금융사들의 결제 플랫폼을 자처하면서 빅데이터(big data)를 모아 장기적으론 자신의 마케팅은 물론 금융사 등 기업들의 마케팅을 대행할 걸로 보고 있다.
신용정보법 개정도 이러한 변화를 가속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 부터 '비식별정보를 개인신용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한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을 준비 중이다. 비식별정보는 이름,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제외한 소비 행태, 소득 정도, 생활습관 등이 담긴 정보다. 익명화한 비식별정보는 공유가 가능해지면 삼성페이가 접근할 수 있는 고객정보의 폭이 확대할 수 있다. 삼성페이로선 단순 결제 플랫폼에서 고객정보에 기반한 서비스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삼성페이의 이런 행보를 두고 중장기적으로 금융사와 IT업체와의 주도권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우리보다 일찍이 핀테크 열품이 분 유럽과 미국에선 IT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금융업에 침투하고 있다. 삼성페이도 시작은 휴대폰 팬마를 위한 보조수단이었지만, 결국에는 금융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할 것이란 예상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모바일 결제 시장이 성장하면서 삼성페이 등 시장을 주도할 간편결제 업자와 카드사의 협력은 피할 순 없다"며 "현재는 결제시장 주도권 싸움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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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4월 19일 16:19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