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으로는 효과 없어…결국 실적 개선 따른 '펀더멘털'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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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1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대규모 현금이 투입되고 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주당 120만원을 두고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주가 측면에서는 큰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주주환원 정책에 앞서 기업 펀더멘털이 약해진 만큼 주가 하향세는 불가피하다고 평가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삼성물산, 삼성생명과 관련된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도 변수도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향후 3년 동안 총 11조3000억원 규모의 특별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올해 1월12일자로 1회차 분인 보통주 223만주, 우선주 124만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했다. 금액으로는 4조2500억원에 달한다.
이어 3월29일부터 4월28일까지 보통주 210만주, 종류주 53만주를 장내매수 해 소각한다. 예정금액은 2조9895억원 규모다. 5월까지 추가적으로 약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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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주가에는 큰 변화가 없다. 발표 직후인 지난해 10월29일 삼성전자 주가는 138만3000원까지 올랐다. 증권업계에선 180만원대까지 오를 것이라며 매수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이후 하락과 상승을 이어가며 120만~130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시장에선 이 프로그램마저 없었다면 삼성전자 주가가 더 내려갔을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글로벌 IT 업계의 이익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삼성전자도 과거 같은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주가치 제고 기치를 내건 자사주 매입 소식이 그나마 현 주가를 지탱해주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 효과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3년짜리 ‘스페셜’ 프로그램이라는 것, 그리고 배당 규모가 크지 않다는 평가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밝힌 주주환원프로그램의 기한이 3년으로 제한돼 있다”며 “거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까지 밝힘으로써 배당주로 인정받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작년 현금흐름이 좋았는데 CAPEX 투자 때문에 배당 규모가 이익잉여현금흐름의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보니 투자자 입장에선 많지 않다고 느꼈을 것”이라며 “대만 TSMC의 경우 꾸준한 배당확대 노력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했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바로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주환원 정책에 앞서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에 대한 기대감이 작다”며 “궁극적으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가 않다”고 전했다.
1분기 삼성전자 실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2분기 이후 컨센서스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주주환원 정책만으로 주가를 지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적 기대감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주주환원에 대한 지속성에 신뢰감을 쌓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게 골자다.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작업과 맞물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향방이 시장의 초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 추가 확보, 삼성전자의 사업형 지주사 전환 등 발생 가능한 변수들이 계속 늘고 있다”며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상황에서 발표된 주주환원정책이 긍정적이긴 하지만, 역시 삼성전자 주식을 배당주로 보긴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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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4월 19일 13:1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