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드본드 신용등급 안정성·투자 매력 증가…법령 개선·한정적인 공급 덕
올해 은행·증권 부정적 전망…보험만 '안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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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과 주택금융공사가 주택을 담보로 발행해 온 국내 발행 커버드본드(Covered Bond)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관련 법제가 우호적으로 바뀐 데다가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낮은 한국 커버드본드가 투자자에게 환영받고 있다는 평가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한국 정부·금융사·커버드본드-경제성장 둔화과 역풍 심화에 따른 영향'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에선 은행·보험·증권 산업에 대한 올해 전망과 함께 국내 발행 커버드본드의 신용등급 및 향후 전망이 논의됐다.
무디스는 국민은행이 지난해부터 올초 두 번에 걸쳐 발행한 10억달러 규모의 커버드본드의 적시상환지표(TPI)를 상향조정하고, 이와 동시에 한국의 모든 커버드본드의 리파이낸싱 마진을 하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커버드본드란 채권 발행 기관엔 상환청구권을, 특정 기초자산집합에 대해선 우선변제권을 갖는 등 이중상환청구권이 특징인 채권이다. 발행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주택 등의 기초자산집합을 재원으로 변제받을 수 있다.
무디스는 이번 조정은 한국 커버드본드 시장이 성숙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 커버드본드는 2009년부터 발행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발행 역사가 긴 편이라 투자자 수요가 있다는 게 반증된 시장이다. 일례로 호주는 커버드본드를 2011년부터 발행했고, 아·태 지역에선 한국,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4개국에서만 발행된다. 지난 2014년 4월 제정된 커버드본드 시행령도 발행 환경을 우호적으로 바꾼 요인이다.
특히, 한국 커버드본드는 기초자산의 LTV가 평균 50% 수준으로 상당히 낮아 유사시 자산가치 하락에 완충력이 크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 등 글로벌 커버드본드의 기초자산 LTV 평균은 60%대다.
조 웡 무디스홍콩 수석연구원은 "최근 한국의 커버드본드가 상당히 경쟁력있는 가격에 발행되고 있다"며 "국내에서 커버드본드 발행사가 국민은행과 주택금융공사뿐이라 호주같이 발행사가 다수인 나라에 비해 수요 대비 공급이 한정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다른 은행들도 향후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가능성이 있지만, 다만 저금리 기조로 무담보 자산을 통한 자금 조달이 가능해 단시간에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올해 은행업과 증권업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지난 14일엔 우리은행의 등급을 A2로 낮추고, 5개 은행(KEB하나·신한·대구·부산·경남)에 대해선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 신용등급 및 전망 재조정의 주요 원인은 한국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는 등 영업환경 악화다.
증권사들에 대해선 수익 다각화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기업 신용공여 수준이 급격히 올라하는 점을 우려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의 기업 신용공여 수준은 지난 2012년 3월 1.1%에서 지난해 9월 기준 6.9%까지 늘었다.
다만, 국내 보험업 전망은 '안정적'으로 봤다.
부정적 전망인 중국이나 대만의 생명보험업에 비하면 국내 상황은 보험상품 가격 자유화 조치 등 영업이익 개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주요 생명보험사가 상품 믹스(mix)를 보장성 보험 비중 위주로 늘리면서 금리 변동 위험을 완화하는 중이다. 또, 규제 및 IFRS 도입으로 자본 관리 압력이 증가할수록 소규모 보험사가 인수·합병(M&A) 매물이 되는 등 업계 구조조정도 기대할 수 있단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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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4월 26일 15:2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