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고 단 과자' 유행 끝나면? 해태제과 IPO에 쏠린 관심
입력 2016.04.28 07:00|수정 2016.04.28 09:49
    올해 세 번째 유가증권시장 상장
    허니버터칩 생산하는 해태가루비 손익 '25억' 인식
    해외 진출 'NO', 제2공장이 성장성 최대 변수
    • '허니버터칩' 열풍을 타고 기업공개(IPO)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해태제과식품의 공모 흥행 여부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짠'(달고 짠) 과자 유행을 불러일으킨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가 향후 성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건설 중인 제2공장 외에는 해외 진출 등 성장성 확보를 위한 추가 투자가 많지 않다는 점, 그리고 허니버터칩 이후 신제품이 얼마나 성공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불안요소로 꼽힌다.

      일단 기관투자가들은 해태제과의 향후 성장에 표를 던졌다. 지난 21~22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기관 신청 주식의 72%가 공모가 밴드 최상단(1만5100원) 이상에 집중됐다. 이에 힘입어 공모가도 밴드 최상단으로 결정됐다.

      해태제과가 좋은 평가를 받게된 가장 큰 계기로는 허니버터칩의 흥행이 꼽힌다. 2014년 출시된 허니버터칩은 입소문을 타고 1년만에 월매출 5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한 해 허니버터칩의 매출액만 523억원을 기록했다. 해태제과의 기존 대표 제품들 판매액을 출시 1년만에 따라잡았다.

      신정훈 해태제과식품 대표는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허니버터칩 출시 이후 허니버터칩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가 몇 건인지 단순집계한 결과 1만건을 넘었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4년 이전까지만 해도 상장에 큰 관심이 없어보이던 해태제과는 이후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만 허니버터칩이 '실제로' 해태제과의 순이익에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허니버터칩은 일본 가루비사와 합작해 공동지배기업 형태로 설립한 '해태가루비'에서 제조하고 있다. 해태제과는 이 조인트벤처(JV)에 5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지분법인식 대상 회사로 제무재표에 반영하고 있다.

      해태가루비는 지난해 기준 매출액 575억원, 당기순이익 51억여원을 기록했다. 지분율에 따라 해태제과에 반영된 당기순손익은 25억원 수준이다. 해태제과의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에 대한 기여도는 15% 수준에 불과하다.

      물론 해태가루비는 국내 시장 수요를 맞추기 위해 강원도 원주 문막에 제조공장을 증설했고, 다음달부터 가동한다. 그간 허니버터칩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만큼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해태제과는 앞으로도 해외 제조사와 제휴해 신규 제품을 개발할 방침이다. 신 대표는 "하나의 히트 제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JV와 합작해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합작법인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해태제과는 일본 가루비외에 일본 글리코사와 합작법인인 글리코해태를 운영하고 있다. 글리코해태는 지난해 매출액 111억여원에 7900만원의 적자를 냈다. 다만 글리코해태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올해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어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던 해태제과의 해외 시장 진출은 아직 미지수다. 해태제과는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최근 공장 증설로 국내시장 수요를 가까스로 맞춘 상황에서 공격적인 해외진출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제과업계 1, 2위인 롯데제과와 오리온은 이미 중국, 러시아, 인도 등에 진출한 상황이다. 해태제과 측은 "제휴사인 글리코 등을 통해 해외 진출을 구상 중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의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모방제품이 증가하며 마케팅 경쟁에 불이 붙었다. 해태제과의 지난해 광고비는 208억원으로 업계 2위인 오리온(189억원)보다 컸다. 오리온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2조4000억원으로 해태제과의 매출액(약 8000억원)보다 세 배 수준이다. 2조3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롯데제과는 광고비용으로 395억원을 사용했다.

      수입산 과자와의 내수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수입과자 점유율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수입과자 판매액은 매년 5000억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병행수입 활성화로 수입과자의 가격경쟁력이 부각되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산과자의 수입원료는 통상 30~200%의 보호관세가 적용되지만, 수입완제품의 경우 평균 8%의 관세가 적용된다"며 "사실상 역관세가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체가 자체 개발한 PB제품도 제과사의 시장점유율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PB과자 시장은 지난해 1000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해태제과가 2014년에 인수한 이탈리아 젤라또 브랜드 빨라쪼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7억4000억원 수준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설립초기의 투자발생과 고정비용 부담 문제로 그동안 손실을 기록했지만 자사의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위해 앞으로도 영위해 나갈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해태제과는 이번 공모자금을 부채상환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해태제과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323%로 롯데제과(60%)와 오리온(97%)보다 크게 높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모기업 (크라운제과)이 인수할 당시 차입매수(LBO)로 회사의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공모자금 전액을 부채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해태제과 측은 당분간 추가적인 공장 증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해태제과는 28일까지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27일 기준 청약주수는 588만7660주로 경쟁률은 10.1대 1을 기록했다. 해태제과는 이번 공모에서 58만3000주를 배정해 약 88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