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관계자 “자료가 방대하고 보험사에 필요한 자료라 의뢰”
보험사들 일방통행 식 업무진행에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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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보험 규제 관련 해외 규정의 번역업무를 보험사에 의뢰해 담당 실무진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보험사 회계규정 및 감독규정 변경으로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외출신의 인재들이 감독기관의 번역업무까지 해야 하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감독회계기준 도입 관련 설명회에서도 '소통부재'로 인한 원성이 나오는 등 금감원의 일방통행식 행보에 보험사들이 염증을 느끼는 분위기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최근 금감원의 의뢰로 유럽의 보험감독규정 원문인 솔벤시2(Solvency II) 규정에 대해 번역작업을 했다. 영문으로 된 150페이지 원문을 한글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감원의 의뢰로 해외대학 출신들에게 페이지를 나눠서 번역을 시켰다”라며 “리스크 관리 등 전문인력 들이 업무시간에 번역작업을 했다”라고 말했다.
각 보험사들은 이미 3~4개월 전 한차례 번역을 해서 보냈고, 수정요청을 받은 부분을 다시 검토했다. 현재는 번역본 인쇄작업을 준비 중이다.
당장 금감원이 감독정책 수립에 참고할 자료를 감독대상자들을 통해 번역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는 지적부터 나오고 있다. 금감원 내부 일손이 부족하다면 전문 번역 외주를 맡겼어야 하는 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금감원 관계자는 "분량이 워낙 방대하고, 업계 전체적으로 필요한 자료라 각 보험사에 번역을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대한 보험사들의 불만은 최근 들어 더욱 누적되고 있다. 최근 개최된 새 감독회계기준 도입과 관련한 설명회에서도 불만의 소리가 나왔다. 사실상 감독회계 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 내용을 담은 사항을 설명하는 자리임에도 불과 몇 시간 전 자료를 배포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당일 설명회에서 관련사항에 대해 질의를 받았지만 준비가 안된 보험사 실무진들은 이렇다 할 질문을 하지 못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실무자는 “설명회 참석 전 점심을 먹고 있는데 관련자료를 받았다”라며 “정확하게 내용 파악을 못하고 설명회에 참석하다 보니 마땅히 질문 할 사항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각 보험사들은 설명회 다음날에야 관계 부서를 총 동원해 새로운 감독회계 기준을 해석하고, 요구사항 정리에 나섰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서 한달 간 요구사항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사전 교감 없이 지시하니 따르라는 식의 소통은 고리타분하다"며 "정부는 금융개혁을 외치지만,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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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5월 0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