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과 증권업 접점 구상 중
초대형사 재분류...지주 증자 필요성도 거론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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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인수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한국투자증권이 수익 다변화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경쟁사와 벌어진 자본규모 격차를 다양한 수익원을 마련해 차근차근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두 차례의 대형 인수전이 막을 내리면서 그동안 대형사로 분류됐던 증권사 사이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현대증권과 미래에셋대우(옛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모두 고배를 마신 한국투자증권이 가장 뼈아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형 5개사 자기자본 규모는 엇비슷한 상황이었다. 2015년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개별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3조3000억원이었다. 1위인 NH투자증권(4조5300억원)과 2위 대우증권(4조3200억원)과는 1조원가량, 3~4위를 차지한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과는 1000억원~2000억원 차이가 났다.
합병 법인이 등장하면 판도는 한국투자증권에 불리해진다. 미래에셋대우의 예상 자기자본 규모는 7조7000억원(자사주 미반영)으로 두 배가량 뛸 것으로 보이고,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자본을 합하면 4조원에 이른다. 1~2위 증권사와 자기자본 규모 3조원 이상 차이나 자본 활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은 '급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최근 1분기 지주 실적 보고 당시 김남구 부회장은 "언제부터 우리(한국투자증권)가 체급이 높아서 이익을 잘내는 회사였나"라 "지금까지 그래왔듯 당분간은 내실을 다지자"라고 말했다. 인수전에 실패한 것을 괘념치 않고, 주요 경영진을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김 부회장이 언급한 '내실다지기'는 일단 인도네시아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김 부회장은 3박4일 일정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를 만났다. 인도네시아 증권사를 인수해 현지 시장에 진출할 예정하겠다는 계획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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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베트남에서 70위권 증권사 KIS베트남을 인수해 5년 만에 현지 10위권 증권사로 성장시켰다. 2014년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현지법인에 440억원가량을 유상증자하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10년 86억원이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563억원으로 뛰어올랐다.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 시장에 안착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 법인을 출범해 안정적인 지위를 확보할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올해 안에 인수를 완료하는 게 목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소형사 인수를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베트남 법인과 같은 방식으로 사업성을 키워나갈 예정"이라며 "국내에서 M&A 통해 본사 규모를 키우는 것도 방법이지만 당장은 그럴 상황이 못 된다"고 말했다.
지주 차원에서 인터넷은행도 새로운 사업영역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달 '한국카카오뱅크'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본격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사업은 3년 안에 흑자전환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내부적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증권도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 구조가 재편되며 자본 격차가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판을 뒤집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자본활용성이 크지 않아 대형 증권사들이 당분간은 투자 규모에서 격차를 두긴 어렵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 담당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 1위와 5위에선 여전히 자기자본규모가 엎치락 뒤치락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자본규모 6조원 이상 '초대형 증권사'에겐 건전성 지표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선 대응책을 강구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증권시장에서는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지주의 증자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장은 증자를 해도 자기자본이익률(ROE) 관리만 어려워지게 된다"며 "적절한 시기가 온다면 언제든 (지주 측으로부터) 증자를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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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5월 09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