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 차입금 감축 목표
IPO 잇단 철회에 금융계 불신
킴스클럽 매각 여부에 초점
비효율 부동산 매각도 추진
-
넓게는 시장 신뢰 회복, 좁게는 현재 신용등급(BBB+) 유지 여부가 이랜드그룹이 밝힌 1조5000억원 규모의 차입금 축소 계획의 현실화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중국법인 사전기업공개(Pre-IPO)를 비롯해 비효율 부동산 매각 등의 성사 여부가 현재 신용등급유지 여부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매각 후 재임차(Sale&Lease Back) 형태로 진행될 부동산 매각, 일정 수익을 보장받을 Pre-IPO의 통상적인 투자 조건은 모두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한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준의 이랜드 신용등급에서도 기관투자자 확보가 어려운데, 더 떨어진다면 기관투자자 유치는 물론이고 재무구조 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을 지킨다고해도 더 큰벽이 있다.‘ 신뢰문제’다. 2000년 초부터 이랜드그룹은 ‘특유의 자신감’탓에 IPO 진행과 철회를 반복하며 금융시장과의 신뢰 구축에 실패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킴스클럽 매각, 신용등급 방어 최전선
이랜드그룹이 차입금 축소 방안으로 제시한 킴스클럽 매각, 중국법인 Pre-IPO, 비효율자산 매각은 별개인듯 하지만 연결돼 있다. 킴스클럽 매각 일단락 후 중국법인 Pre-IPO, 비효율자산 매각이 본격화될 예정이고 신용등급이란 키워드로 엮여 있다. 그런데 첫 관문 통과가 수월치 않은 모습이다. 킴스클럽 매각을 위한 본계약 체결이 당초 이랜드의 발표보다 지체되고 있다. 이랜드는 지난 3월 말 사모투자펀드(PEF) KKR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5월 초에 본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벌써 5월 중순이다.
이랜드는 “5월 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KKR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인수 의지가 없다’는 관측을 내놓으며 매각 불발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과 인수금융 협의를 비롯해 기업가치 극대화 방안 마련을 위한 움직임조차 없다는 이유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매각 금액도 중요하지만 이랜드가 밝힌 매각 일정대로 매각을 하는 지 여부를 신용등급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킴스클럽 매각은 KKR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다만 킴스클럽 매각은 매각가보다 매각 여부에 더 의미를 둬야한다는 평가다. 이랜드의 재무구조 개선 노력 의지가 킴스클럽 매각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Pre-IPO, 이랜드 中사업 중간평가‐인식 전환 노려
킴스클럽이 첫 단추라면 중국법인 Pre-IPO는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이자 이랜드의 향후 성장 전략을 평가받는 딜(Deal)이다. 현재 국내 PEF들과 투자 구조 및 투자 금액을 논의하고 있다. Pre-IPO는 킴스클럽 매각이 기대 이하로 진행된 데 따른 대체 딜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Pre-IPO에서 PEF들은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중국법인 지분(구주) 일부와 신주 인수를 병행할 예정이다. 이랜드 관계자는“Pre-IPO을 통해 확보한 자금 가운데 일부는 이랜드월드의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이랜드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과 향후 이랜드 중국법인의 신규 투자계획 등을 고려했을 때 Pre-IPO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re-IPO의 성사 여부는 현재 신용등급유지를 기본으로 한다. 이랜드가 우량 성장기업이라면 조건없는 보통주 Pre-IPO가 가능하겠지만, 현재 여건을 보면 IPO전까지 일정 수익 보장과 IPO 불발시 투자회수에 대한 이랜드의 보장이 필요하다. Pre-IPO에 참여할 기관투자자들은 이랜드가 제시한 중국 시장 성장계획과 함께 원리금 상환 능력을 가늠하는 신용등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Pre-IPO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의 구성도 관전포인트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참여한다면, 이랜드에 대한 신인도는 한층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가장 큰 손들이 이랜드의 성장 계획에 신뢰를 보낸 모습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랜드 관계자는“중국 1선 지역의 백화점 성장이 꺾이면서 중국 실적이 악화했지만 2~3선 지역으로 확장 및 새로운 개념의 아울렛 개점 등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고 성공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비효율 부동산 매각‘보완재’
이랜드는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비효율 부동산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2조5000억원의 부동산 자산을 활용하면 기대 이하의 킴스클럽 매각 진행 등을 보완할 수 있는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랜드 관계자는“현재 매각 진행 중인 부동산이 여러 건 있다”며“뉴코아아울렛 강남점도 계속해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뉴코아아울렛 강남점의 토지 자산재평가 가치가 5000억원에 달하지만 2015년 기준 매출 및 영업이익 기여도는 7%와 3.5%로, 대표적인 비효율 부동산 자산이다. 다만 이랜드가 보유한 부동산 대부분이 뉴코아, 킴스클럽 등이 입점해 있어 부동산 투자자의 고려 사항은 임차료를 줄 이랜드의 신용등급이다. 이랜드그룹이 그간 지속적으로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금융투자자들의 투자 한도가 여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랜드가 올해 투자 만기 도래하는 코크랩제6호기업구조조정부동산투자회사를 증시에 상장시키려는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이랜드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여력이 안되기 때문에 공모 리츠로 선회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코크렙 6호는 2005년 설립 당시 2734억원 규모로 설정됐고 뉴코아아울렛 일산·평촌점과 NC백화점 야탑점을 포트폴리오로 편입했다.
◇IPO 철회 반복, 무너진 신뢰
이랜드의 이같은 재무구조 개선 움직임에 금융시장의 평가는 싸늘하다. 2004년 이랜드리테일이 IPO를 전제로 외부 투자를 유치했지만 상장하지 않았고, 2008년에는 이랜드 중국법인의 홍콩 증시 상장을 코 앞에 두고 철회하는 등 지난 10여 년간 잇따랐던 IPO 진행과 철회를 반복한 전력 때문이다.
금융시장은 KKR이 내부적인 이유로 킴스클럽 인수 의향을 철회해도 그 원인이 이랜드에 있다고 판단할 분위기다. 이랜드의 재무구조 개선에 참여 중인 한 관계자도“이랜드에 대한 금융시장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IB업계 관계자도 “이랜드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과 소통에 실패해왔다는 점”이라며“재무구조 개선을 하겠다고 하지만 그간 거래에서 좋지 않은 기억이 더 많아 투자자들이 이랜드를 믿어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뢰 문제는 지난해 중국과 국내 사업이 2014년 대비 부진항 상황에서 자산 매각 지연까지 겹칠 경우 Pre-IPO의 투자자 확보를 비롯한 금융권의 차입금 차환 및 연장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이랜드 관계자는 “올해는 그룹의 경영역량을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며 “시장과 약속을 했기 때문에 킴스클럽 매각을 비롯해 다른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계획대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