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심화로 IPO 사실상 불가능
신탁처리한 증권사 "오너 문제일 뿐, 회사는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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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금품 제공 혐의가 확대되면서 네이처리퍼블릭에 프리IPO(상장전투자)한 증권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자기자본투자(PI)를 한 증권사는 손실 가능성이 커졌고, 해당 주식으로 바탕으로 신탁 상품을 판매한 증권사는 고객에 대한 평판 리스크를 안게 됐다.
지난해 3월 네이처리퍼블릭의 프리IPO에 참여한 유진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당시 투자한 지분 대부분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당시 유진투자증권은 130억원, 신한금융투자는 49억을 투자했다.
유진증권이 지난해 2분기 말 기준 보유한 네이처리퍼블릭의 주식수는 6만5000주다. 유진증권은 지분 1만5000주를 매각해 지난해 말 기준 4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분율로는 0.53%에 해당한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투자한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회수할 타이밍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 증권사가 프리IPO 투자를 한 후 3개월만인 지난해 7월 국세청은 네이처리퍼블릭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이어 지난 10월 정 대표는 100억 원대의 해외 원정도박을 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을 확정받았다. 오너 리스크로 네이처리퍼블릭의 IPO 일정은 뒤로 밀렸고,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사겠다는 투자자도 시장에서 사라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들 증권사는 정 대표가 초범임을 감안해 집행유예나 보석 등 가벼운 형량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거래소의 상장 적격 심사 시 주요 심사 항목인 경영투명성 문제 역시 "CEO 교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정 대표의 출소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상황은 악화됐다. 보석 신청도 기각된데다, 고액수임료 지급과 전관 로비 혐의와 회삿돈 횡령 혐의가 추가적으로 드러나면서 '게이트'급 사건으로 확대되고 있다. 6월 초 출소를 앞둔 정대표가 그전에 구속되거나 새로운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13일 기준) 네이처리퍼블릭의 장외 주식가는 5만원 초반대다. 지난해 7월 17만원대를 기록했던 주가는 최근 4만5000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지난해 취득가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장부가를 평가하고 있다. 주당 7만6000원이었던 취득가액에 대해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주당 56000원으로 장부가액을 평가했다.
정 대표 사태는 증권사의 PI투자 손실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신탁에 돈을 맡긴 고객에게도 피해를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유진증권이 프리IPO 당시 인수한 지분 중 절반 이상을 신탁상품으로 구조화해 개인 고객들이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안타증권 고객의 피해도 예상된다. 현재 네이처리퍼블릭의 최대주주는 정 대표(75.47%)와 유안타증권(3.28%)이다. 유안타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지분은 모두 신탁으로 판매됐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6월 네이처리퍼블릭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를 보통주로 전환해 비상장주식 신탁에 편입했다. 유안타증권은 네이처리퍼블릭에 PI투자를 하지 않아 증권사 자체 손실은 없다.
유안타증권 측은 "네이처리퍼블릭 사태는 '오너리스크'이지 회사 자체 문제는 아니"라며 "향후 상장하면 주가는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현 시점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의 상장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거래소에선 CEO와 대주주의 적격성을 엄격히 평가하고 있다. 특히 대표의 회삿돈 횡령 이력이 있을 경우 상장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진다. 주주들이 정 대표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이나,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 처리하는 방안을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 대표 개인지분이 높아 주주간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진 미지수다.
한 투자사 관계자는 "검찰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진 손놓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이후 네이처리퍼블릭의 가치 재고를 위해 여러 방향으로 회사와 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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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5월 15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