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 선에서 오랜 검토 끝에 안정적 투자구조 마련
새 투자처와 금융의 접목…PEF 업계 인식 전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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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과 한국방송공사(KBS)가 손잡은 문화융성펀드가 1년의 준비를 거쳐 30일 공식 출범했다. KBS는 우량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자본을 확보하고,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문화산업 발전에 조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새로운 형태의 투자 분야와 구조를 제시함으로써 투자처 물색에 애를 먹는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국내 첫 문화콘텐츠 전용 PEF…실무자 선에서 고민 끝에 추진
문화융성펀드는 KBS 중국 사업 담당자와 산업은행 PE실 직원의 개인적인 자리에서부터 시작됐다. 중국 시장이 기회의 땅임을 알지만 자금력이 아쉬운 KBS와 금융노하우가 있는 산업은행이 머리를 맞대자 PEF 형태의 투자구조가 마련됐다. 국내 첫 문화 콘텐츠 전용 PEF다.
산업은행과 KBS는 지난해 8월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실제 출범까지는 9개월이 더 걸렸다. 정부나 각 기관의 고위층에서 추진을 독려한 사업이 아닌 만큼 진행이 상대적으로 더뎠다. 대신 실무자 선에서 오랜 기간 고민하고 기획함에 따라 더 안정적인 구조와 투자자 설득을 위한이론적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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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규모는 1000억원으로, 산업은행과 KBS가 공동운용을 맡는다. 주요 투자 대상은 KBS가 제작하는 대하 사극이나 드라마, 예능과 게임, 키즈 프로그램 등이다. 투자검토 대상 중 하나였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대성공하며 펀드 결성에도 힘이 실렸다는 후문이다.
드라마는 품질을 높이기 위해 사전제작을 원칙으로 하며, KBS가 편성 보장이라는 안전장치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외 시장에 대한 사전 판매가 용이해지고, 까다로운 중국 방송 심의 통과도 수월해질 전망이다. 2차 저작권과 콘텐츠에서 파생되는 상품 판매까지 감안하면 안정적인 투자회수도 기대할 수 있다. 자금력이 탄탄해지면 콘텐츠 인력 유출 우려가 해소되고, 콘텐츠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새로운 투자처와 금융 접목 선례…국내 PEF 인식 전환 계기 기대
정책금융기관이자 개척자로서의 역할을 요구 받는 산업은행으로서도 좋은 선례를 남길 기회다. 아직 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새로운 투자처와 금융을 접목해 산업 발전을 꾀하고 PEF와 다른 금융회사의 참여도 이끌어낼 계기를 마련했다.
PEF들은 국내 경제 성장 둔화로 제조업 등 기존 주력 산업에 대한 투자의지가 꺾인 상태다. 경쟁은 심화하지만 다른 운용사와 차별화는 쉽지 않아 좋은 투자대상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새로운 산업과 수익구조를 내세운 문화융성펀드가 성공을 거둘 경우, 국내 PEF 업계에서도 새 투자처에 대한 고민이 활성화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융회사의 인식전환도 기대된다. 산업은행은 펀드 결성을 위해 숱한 금융회사를 찾아 다녔지만, 선뜻 투자를 결정한 곳은 많지 않았다. 수출입은행과 산은캐피탈만 출자를 확정했고, 2~3곳의 기관은 여전히 검토 중이다. 새로운 투자를 꺼리는 보수적인 성향과 콘텐츠 사업에 대한 낮은 이해도가 걸림돌이 됐다.
반면 핑안은행의 경우 문화융성펀드 투자 검토부터 출자 확약까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콘텐츠 사업에 대한 경험이 많고 이해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핑안은행은 중국 안에서도 콘텐츠 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은 금융회사로, 2014년 콘텐츠 사업부를 만든 후 2년간 집행한 투자금만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융성펀드 관계자는 “문화 콘텐츠는 제조업 등 기존 우리나라 주력산업에 비해 무한한 확장성이 있지만 금융과 연계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며 “문화융성펀드가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데 촉매 역할을 하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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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5월 30일 17:0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