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공모가 인하, 해외기관 부정적 반응도 영향
입력 2016.06.10 07:00|수정 2016.06.10 07:00
    해외 기관 일부 "공모가 높은 것 아니냐" 우려
    신영자 검찰조사 등 투자위험 상세 기재
    월드타워 면세점 폐쇄 위험도 두 차례 언급해
    • 호텔롯데가 지난 7일 정정신고서를 공시하며 공모일정, 공모가를 비롯해 '투자위험요소' 항목을 대거 수정했다.  회사의 약점이 좀 더 구체적으로 기재되고, 표현도 조심스러워졌다. 무엇보다도  9만7000~12만원이었던 공모희망가 밴드가 8만5000~11만원으로 10% 넘게 하향 조정됐다. 공정가치 대비 적용 할인율을 최대 26.3%에서 33.9%로 늘리는 방법을 통해서다.

      해외투자자들의 호텔롯데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이 같은 변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롯데는 해외주관사단을 통해 설명회(IR) 일정을 조율하며 일부 투자자의 반응을 점검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기업가치나 성장성에 비해 예정공모가 수준이 다소 높은 게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했다는 것이다.

      한 기관 관계자는 "지난해 메르스(MERS)로 인해 성장성이 주춤했다는 점을 고려했다해도 1분기 실적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며 "국내 기관들은 올해 상반기 공모주가 적어 관심이 많지만, 해외 기관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한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모가 산정식에서 기업가치도 일부 줄어들었다. 호텔롯데는 공모로 유입될 자금을 미리 현금성자산에 반영해 공모가를 계산했다. 공모 규모가 줄며 유입 현금 규모도 줄었고, 이로 인해 3444억원으로 계산했던 순차입금이 7548억원으로 늘어났다. 전체 기업 가치도 17조9786억원에서 17조5682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호텔롯데는 정정신고서에 면세점 롯데타워점에 대한 투자 위험도 확실히 기재했다. 호텔롯데는 두 차례에 걸쳐 '월드타워점 폐점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고 다른 면세점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도 롯데타워점 폐점을 고려해 숫자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신영자 이사장의 검찰 수사 관련 내용은 새로운 별도의 투자위험으로 삽입됐다. 호텔롯데는 신 이사장과 관련한 피의사실을 설명하고, 이에 대해 "면세점 입점 절차의 공정성을 해하는 비위사실의 존재가 확인되는 경우 평판과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호텔롯데의 무게추가 자본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겠다는 '실리'에서 신동빈 회장과 연관된 '대의명분'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초 호텔롯데는 삼성생명을 넘는 사상 최대 공모를 구상했다. 시장에서 '제 값'을 받겠다는 의지도 컸다. 그러던 호텔롯데가 공모가 인하를 받아들였다. 수요예측 전 공모가밴드 인하는 흔치 않은 사례다.

      검찰 수사와 해외의 보수적인 반응, 빡빡한 상장 일정을 고려하면 공모 연기를 해도 될 정도의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공모가까지 낮춰가며 공모를 강행하는 건, 이른 시일 내 호텔롯데를 상장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정 연기와 공모가 인하에 대해 주관사단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호텔롯데의 상장은 롯데그룹 경영권을 신 회장이 확실하게 쥐고 있다는 사실을 시장에 알리는 증거도 되기 때문에 일정을 아예 연기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말 상장예심을 통과한 호텔롯데는 오는 7월말까지 상장 절차를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예심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