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호텔롯데, 7월 상장 사실상 물 건너갔다
입력 2016.06.10 15:35|수정 2016.06.13 09:13
    '비자금 의혹'에 재무제표 신뢰 어려워져
    투자위험 정정해도 일정에 물리적인 여유 없어
    호텔롯데 "수사 끝나면 공식 입장 발표"
    • 호텔롯데가 검찰의 전격적인 조사를 받으며 7월 상장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검찰의 수사 범위가 호텔롯데의 회계비리에 맞춰져 있어, 투자자들이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한 차례 일정을 연기한 호텔롯데가 또다시 신고서를 정정할 경우, 7월말까지인 상장 예비심사 유효기간 내 일정을 맞추기도 쉽지 않다.

      검찰은 10일 롯데그룹 본사 정책본부와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호텔롯데 등 계열사 매출을 누락하는 방식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수사의 유탄은 당장 설명회(IR)를 진행 중인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로 튈 전망이다. 일정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장 추진 자체를 중지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투자자들이 호텔롯데의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있을지부터가 문제다. 검찰은 호텔롯데 등 롯데 계열사들이 매출을 누락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일부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증권신고서에 공시된 호텔롯데의 재무제표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산정한 공모가 역시 무의미해진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임원은 "대기업이 상장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드문 일"이라며 "신 회장까지 수사 대상이 된 비상 상황에서 상장 절차를 계속 밟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호텔롯데가 계속 상장 절차를 진행하려면 이번 비자금 의혹과 압수수색에 관한 내용을 '투자위험요소'에 반영해야 한다. 이도 쉽지만은 않다.

      호텔롯데는 지난 7일 한 차례 신고서를 정정했다. 등기임원인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해당 사안을 투자위험요소에 반영하며 공모 일정을 3주 가량 미뤘고, 공모희망가 밴드도 낮췄다.

      이번 비자금 의혹 역시 당연히 증권신고서에 관련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신 이사장 로비 의혹보다도 위중한 사안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의 신고서 정정 명령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호텔롯데가 자진해서 정정한다 하더라도, 증권신고서 효력발생일정 재기산이 불가피하다. 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하려면 수정 신고서 제출 후 15영업일이 지나야 한다.

      호텔롯데의 상장일은 신 이사장 의혹으로 인해 이달 28일에서 다음달 20일로 미뤄진 상태다. 만약 신고서를 정정한다면 일주일 이상 연기가 불가피하다. 지난 1월29일 상장 예심을 통과한 호텔롯데는 7월29일까지 상장을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 물리적인 여유가 전혀 없어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IPO는 기업의 고유 권한이라 호텔롯데가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하면 제재할 권한은 없다"면서도 "투자자 위험 측면을 어떻게 더 상세하게 반영할지 고민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주관사단은 IR 일정이 시작된 이후 상주 인력을 철수시킨 상태다. 주관사단과 회사측의 즉각적인 소통이 쉽지 않다. 검찰이 호텔롯데 사내 주요 관계자들의 휴대폰을 압수 대상에 포함시키며 사내 커뮤니케이션까지 마비되고 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수사가 끝난 뒤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