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는 경영권 강화 및 차익 실현, 유진은 시멘트 수급 안정 가능성
키스톤 등 PEF도 관심…인수 부담 줄고 차익 실현 가능성은 커져
-
동양시멘트 지분 19.09% 인수전에서 레미콘업계 맞수인 삼표그룹과 유진그룹의 경쟁이 다시 벌어질지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동양시멘트 경영권 매각에선 삼표그룹이 유진그룹을 제쳤고, ㈜동양 지분 경쟁은 유진그룹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두 회사의 경쟁은 이번 매각의 성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매각주관사인 삼일PwC는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는 동양시멘트 지분 19.09%(2049만9284주)를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지난해 매각이 무산된 지 반 년 만이다. 단순 지분 매각인 만큼 기준 가격만 넘으면 별도의 실사과정은 없다. 인수제안서는 21일까지 받는다.
◇삼표는 경영권 강화 및 차익 실현, 유진은 시멘트 수급 안정 효과
삼표그룹이 인수후보로 첫 손에 꼽힌다. 삼표그룹은 지난해 시가의 2배를 주고 동양시멘트 경영권을 인수했다. 그러나 사외이사 자리와 장부열람권을 요구하며 압박해온 2대주주의 존재가 까다로웠다. 소수지분 인수에 성공하면 이런 불편함이 해소된다. 주당 인수가격도 낮출 수 있다.
삼표그룹은 동양시멘트 인수를 위해 2000억원(담보설정 금액 2200억원)을 빌리며 인수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했다. 이 지분의 시장가치는 2300억원가량으로 떨어져 있다. 대주단은 기업가치가 하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란 입장이지만, 더 이상의 주가 하락은 부담스럽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삼표그룹으로선 동양시멘트 주가를 끌어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현재 주가에 소수지분을 인수해 둔다면 지분 매각을 통해 차익을 거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유진그룹도 주요 인수후보다. 동양시멘트 경영권 인수전에 이어 ㈜동양 지분 확보전에서 삼표와 잇따라 맞붙었다. ㈜동양 경영권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던 탓에 인수후보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최근 매각자 측에 관심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삼표와 경쟁구도가 펼쳐진다면 매각 흥행 가능성도 커진다.
유진그룹은 동양시멘트 주주로 참여해 안정적인 시멘트 공급선을 확보할 수 있고, 시멘트 산업 호황에 따른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 라이벌인 삼표를 견제할 카드도 생긴다. 유진그룹의 인수 의지가 크다면 삼표도 가만히 두고 보기 어렵다. 완전한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동양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동양 플랜트 사업부문은 동양시멘트의 설비 보수와 확장 등을 맡아왔다.
두 회사는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현재도 경영권을 유지하는데 문제가 없고, 추가 자금 마련도 쉽지 않아 인수에 나서게 될지는 미지수다”고 말했다. 유진그룹 관계자 역시 “시멘트 공급과잉 상황이고, ㈜동양 경영권까지 인수할 경우 가격 협상력은 더 높아진다”며 “배당 수익만 노리고 비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키스톤 등 복수의 사모펀드도 관심…인수부담 줄고 차익 가능성은 커져
삼표와 유진 외에는 사모펀드(PEF)의 참여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 두 번의 매각 당시에 비해 주가가 낮아짐에 따라 인수 부담은 줄었고, 차익을 거두게 될 여지는 많아졌다.
시멘트 업계에 PEF가 대거 진입하면서 과거와 같은 출혈 경쟁 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전략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동양시멘트 인수 우군으로 참여한 산업은행 PE의 원활한 투자회수를 위해서라도 삼표가 주가 상승을 위해 노력할 것이란 시선도 있다.
-
키스톤 PE가 동양시멘트 소수지분 인수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PEF 업계 관계자는 “키스톤 PE가 최근 국제종합기계와 동부건설 등 구조조정 성격의 거래에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동양시멘트 주주로 참여하게 되면 전방산업인 동부건설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키스톤 PE는 송현인베스트먼트와 공동 운용하는 블라인드펀드가 있지만, 동양시멘트 소수지분 인수용 프로젝트펀드를 별도로 결성하게 될 전망이다. 수 천억원대 투자 경험이 있는 사모펀드 한 곳도 인수전 참가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조조정 영역을 넓히고 있는 유암코는 단순 지분 투자가 운영 취지와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매각자 측은 당초 입찰 후 일주일 안에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프로젝트펀드 자금 모집을 위한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잔금납입 일정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6월 10일 19:1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