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한일시멘트의 선택
②사모펀드의 투자 회수 시점
③해외 기업의 재진입 여부
④시멘트 회사간 전략적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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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시멘트업계 재편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됐던 동양시멘트, 쌍용양회, 한라시멘트 매각은 결과적으로 지배주주만 바뀌었지만 올 하반기 있을 현대시멘트 매각이 다시 시멘트업계 재편의 촉매가 될 전망이다. 과점 체제인 시멘트 시장의 구도상 현대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를 수 있다. 한앤컴퍼니, 베어링PEA, 산은PE 등의 시멘트 기업 인수와 투자로 이제 시멘트업계는 가격 경쟁이 아닌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지향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인베스트조선은 현대시멘트 매각 전망을 시작으로 달라진 시멘트 시장의 여건, 5년 후 시멘트 시장 재편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국내 주요 시멘트 회사를 사모펀드(PEF)가 인수하면서 시멘트 업계 재편은 최소한 5년 후로 미뤄졌다. 재편 방향도 시계제로가 됐다. 한앤컴퍼니와 베어링PEA의 쌍용양회와 한라시멘트 매각이 어떻게 이뤄질지, 누가 인수할 지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업계 전반의 공존에 대한 공감대와 이에 따른 영업적 합종연횡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파즈홀심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긴 했지만 재진입 가능성 역시 재편의 변수다.
변수① 한일시멘트의 전략
시멘트 업계 재편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시나리오는 한일시멘트가 쌍용양회를 인수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일시멘트는 동양시멘트, 쌍용양회 인수에 나설 정도의 자금력과 2000년대 말 2차 가격 전쟁 주도 등을 통해 시장 석권 의지를 보여줬다. 내륙사인 한일시멘트에 해안사이면서 현재 시장점유율 1위인 쌍용양회는 탐나는 회사이기도 하다.
관건은 한일시멘트가 한앤컴퍼니가 매각에 나설 때까지 기다릴 지 여부다. M&A의 관성상, 기업 인수를 추진했다 번번이 실패한 경우 다른 기업을 인수하며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다. 한일시멘트가 같은 내륙사인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면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다.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한 후 다시 쌍용양회 인수에 나설 수도 있지만, 접근 관점이나 인수 의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쌍용양회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변수② PEF의 투자회수 시점
한앤컴퍼니와 베어링PEA의 투자 회수 시점도 시멘트 재편의 변수다. 동양시멘트에 투자한 산은PE는 해당사항이 없다. PEF마다 전략이 다르지만 같은 시점에 투자를 시작했기에 회수 시점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양회가 먼저 나올지, 한라시멘트가 먼저 나올지 그리고 이 회사들을 누가 인수할 지에 따라 시멘트 업계 재편의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글랜우드PE와 베어링PEA가 공동으로 투자한 한라시멘트는 투자 조건에 따라 빠르면 내년 상반기에 베어링PEA가 경영권 전부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글랜우드PE가 투자한 전환사채(CB)와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한 콜옵션을 베어링PEA가 갖고 있다. 베어링PEA가 이미 한라시멘트를 국내 시멘트사에 넘기기로 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사실 무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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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③ 해외 시멘트사 재진입
라파즈홀심그룹이 한라시멘트를 매각하면서 근 17년 만에 국내 시장에서 발을 뺐다. 철수 배경은 영업이나 전략적인 요인이 아닌 재무적 이유였다. 프랑스 라파즈와 스위스 홀심이 합병하면서 40억달러 규모의 부채 감축을 약속했고 그 일안으로 한라시멘트를 매각했다. 한라시멘트 거래관계자는 “홀심그룹이 한국 시장을 부정적으로 보고 매각한 게 아니기 때문에 재진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시멘트를 PEF나 PEF의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인수할 경우, 압도적인 시장 1위 사업자가 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어느 나라나 해당 업종에서 1위 사업자가 매물로 나올 경우, 전세계 관련 기업들이 인수 검토를 하게 된다”며 “해외 시멘트사들이 재진입하면 국내 시멘트사들 역시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④ M&A 앞선 전략적 제휴
M&A가 눈에 보이는 업계 재편이라면 시멘트 회사간 전략적 제휴는 향후 재편의 밑그림을 제공할 전망이다. 시멘트 수요는 늘었지만 여전히 생산능력에 못 미치고 있고, 업계 전반적으로 일본처럼 출하량을 줄여 원가를 낮추고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M&A와 같은 직접적인 재편은 아니지만 비용 절감을 위한 원자재 공동구매, 물류창고 공유, 시멘트 전용항구 개방 등 본격적인 전략적 제휴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내륙사와 해안사가 손을 잡고, 인근 시멘트사들의 제휴를 통해 영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이 여럿 있다”며 “이 같은 움직임이 PEF들의 투자 회수 시점에 업계 재편의 그림을 보다 명확히 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