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證 품은 KB금융, CIB 모델 성공할까
입력 2016.06.17 07:00|수정 2016.06.17 07:00
    '자산관리-CIB 분야 집중' 선언
    세계적 추세와 반대된다는 지적
    통합 증권사 사장 마땅치 않아
    • KB금융그룹이 현대증권 인수 이후 그룹 차원에서 자산관리(WM)와 기업투자금융(CIB) 분야에 집중하겠단 전략을 내세웠다. BoA메릴린치와 같은 유니버셜뱅킹 모델을 벤치마크 삼겠다는 입장이지만 세계적으로 금융사업의 분업 추세, 국내에서 적용할 수 있는 CIB 사업 모델 등을 고려하면 아직까진 청사진이 확실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KB금융은 지난 1일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합병을 위한 통합추진단을 출범시켰다. 연내 통합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이다. 통합추진단장은 지주의 전략을 담당해 온 이동철 KB금융지주 전무가 맡았다. 추진단엔 김옥찬 KB지주 사장, 전병조 KB투자증권 사장,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등이 포함됐다.

      통합추진단의 역할은 사실상 현대증권 인수 이후 KB지주의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어떤 방법으로 강화할 것인가다. KB금융지주는 추진단 출범 이후 향후 목표가 "KB의 고객 및 채널과 자본력을 활용해 현대증권 사업영역을 넓혀서 그룹차원의 이익 안정성을 높이고, 그룹 전략사업인 WM·CIB 역량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oA메릴린치, JP모건체이스, 미즈호 그룹 등을 참조할 사업 모델로 꼽았다.

      KB금융이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병행하는 '유니버셜뱅킹'을 롤모델로 삼았지만 세계적인 흐름과 배치되는 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유니버셜뱅킹 모델을 채택한 은행들은 금융규제 여파로 오히려 IB 부문 축소와 함께 자산을 축소하고 자본은 확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과 상업은행 부문에서 시너지를 내기보단 오히려 위험을 절연하는 등 오히려 분리하려는 움직임이다. 업계에선 KB금융이 BoA메릴린치를 롤모델로 언급한 것은 결국 IB 부문 확대보단 자산관리를 통한 수수료 이익 창출을 참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계 연구원은 "자산관리 차원에서 메릴린치를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데 차라리 리테일 기반으로 자산 및 수익률을 성장시켜가는 웰스파고가 KB금융 모델에 더 적합할 것"이라며 "저원가성 예금을 가장 많이 보유하는 등 전통적으로 국내 리테일에 강점이 있는 데 이 부분을 부각하는 전략을 짜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KB가 자산관리와 함께 CIB 사업을 키우겠단 의지를 밝혔지만, 기업금융복합점포 개설 등 아직까진 기존 국내 은행들의 CIB 따라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이 중심인 금융그룹의 IB 사업은 해외 진출도 힘들고, 결국 은행과 연계된 사업 밖에는 길이 없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지난 1일 판교 실리콘밸리에 첫 기업금융복합점포를 개설했다. 복합점포로는 보험업을 연계한 여의도, 청담 등에 이은 세번째 지점이다. 향후 현대증권의 전국 95개 지점 등을 활용하는 등 '은행-증권-보험'을 아우르는 복합 점포 개설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실 은행, 증권, 보험을 통합한 복합점포는 국내 은행들의 공통 과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이미 판교와 시화에 복합점포를 냈다. CIB 사업의 목표 고객군을 대기업에서 중소·중견기업으로 바꾸면서 복합점포를 늘리는 중이다. 이외에 하나금융도 지난해 언주로에 증권까지 포함된 첫번째 복합점포를 개설한 바 있다.

      국내 은행권의 CIB 사업모델 도입은 하나금융이다. 옛 하나증권 시절, 은행에서 IB를 담당하던 인력 대부분을 증권사로 파견했지만, 2005년에 대투증권을 인수하면서 CIB 사업은 흐지부지됐다. 이후 신한금융이 증권사 인수 후 본격적으로 2012년부터 CIB 사업을 4년동안 추진해 왔지만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래 신한은행의 CIB 모델은 대기업 대출을 늘리면서 그들이 필요한 IB 업무를 연계해 보겠다는 전략이었다"며 "그러나 국내 시장 규모 한계, 크지 않은 은행 연계 시너지 등으로 결국 2년전부터 타겟을 중소기업으로 돌리는 등 '짝퉁 CIB모델'에서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KB금융은 ECM, 부동산금융에 강점있던 현대증권과의 시너지를 기대한다지만 합병 이후 이 부분에서 시너지가 나진 않을 것"이라며 "IB 사업의 수익성은 리스크 감내 능력이 중요한데 지주 보고 체계가 생기는 것을 감안하면 사업 추진 과정이 이전 현대증권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증권사 활용 전략이 모호하기 때문에 윤 회장과 통합추진단의 과제는 비전 확립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통합 증권사의 색깔은 대표이사를 통해 드러날 수 있다. 가장 큰 고민은 KB 통합 증권사 모델을 경험해본 국내외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연말까진 통합 작업을 위해 전병조 사장과 윤경은 사장의 직위를 유지할 예정이다. 하지만, 통합이 완료된 후 지주와의 교감이 강한 외부출신 증권 및 자산관리에 업력이 오래된 인물이 선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 일각에선 KB증권 통합 사장으로 양호철 전 모건스탠리 한국대표와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 등을 거론됐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