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미래 먹거리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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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업계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자 정부는 구조조정에서 한 발 물러섰다. ‘정부 개입=대대적인 수술’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기업과 투자자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다만 정부가 발을 완전히 빼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이 크다. 지금부터라도 장기로드맵을 구축해 생존경쟁력을 키우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할 금융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적 개선과 별개로 석유화학업계의 잠재위험 요인들은 그대로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제2 내수시장인 중국은 석유화학 제품의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공급과잉 문제도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합성수지·합섬원료·합성고무 등 범용제품 비중이 큰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당장은 많은 돈을 벌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선 미래 먹거리와 포트폴리오 변화 없이 버티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뚜렷한 로드맵을 갖고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처럼 악재가 터지고 난 후 정부가 나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해당 기업에 대한 처리를 최우선시 하다보니 산업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라붙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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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대상인 일본의 경우 정부가 관련 법안 도입 및 재개정을 통해 30여 년간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장기적 관점에서 방향을 잡고 구조조정을 뒷받침할 제도와 금융시스템을 갖춰놓았다. 금융기관들의 자율성이 보장됐고 구조조정최고책임자(CRO)를 비롯한 구조조정 관련 서비스 자문기관들도 많다는 평가다.
한 회계법인의 구조조정 전문가는 “지금처럼 회계법인이 실사 후 판단까지 내리는 식으로는 이 기업이 단기적 유동성 문제에 처했는지 실질적인 경쟁력이 문제인지 진단하기 어렵다”며 “금융기관의 유연함과 융통성,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정부가 있어야 사전적 구조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선 재무구조가 탄탄한, 일부 대기업만이 사전적 구조조정을 단행하는데 그치고 있다. 삼성·SK·LG 등은 간간이 중장기전략과 맞지 않거나 품안에선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한 사업들을 정리하고 있다. 반대로 힘을 싣고 싶은 사업은 인수·합병(M&A)이나 조직재편 등을 통해 역량을 집중한다.
삼성은 ‘빅딜(Big Deal)’을 통해 화학사업을 롯데와 한화에 넘겼다. SK는 일찌감치 SK이노베이션을 에너지사업을 총괄하는 사업형 중간지주사로 만들었다. SK종합화학·SK인천석유화학·SK루브리컨츠 등 화학·윤활유 담당 자회사를 따로 두고 역량을 집중했다. LG화학은 OLED조명 사업은 LG디스플레이에 양도한 반면, 미래 먹거리와 관련된 나노H2O(수처리)와 팜한농(농업생명화학)은 인수했다.
기업들의 미래 성장전략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후약방문’보다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 생존하도록 돕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10년부터 에너지 및 환경보호·정보기술·바이오·첨단장비·신에너지·신소재·친환경자동차를 7대 전략산업으로 삼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차 등 최근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산업들이 포함돼 있다. 석유화학의 경우 주요 제품들의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유가하락으로 주춤하긴 했으나 원가경쟁력을 위해 석탄화학(CTO·MTO)에 대한 투자도 지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과잉에 처한 업종들은 사실상 치킨게임 국면에 들어간 것이기에 살아남으면 얻는 것도 많다”며 “구조조정만큼이나 정부가 기업들의 신성장동력 육성을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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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5월 24일 08:3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