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학제품 자급률 점점 상승
범용제품 많을수록 수익성 악화
고부가 중심의 다각화 전략 필요
-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 이슈는 잠잠해졌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시각은 여전하다. 수급 상황은 불안정하고 주요 제품들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경쟁사들은 일찌감치 범용 사업을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환을 꾀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도 사업구조 변화를 통한 미래 생존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라는 조언들이 나오고 있다.
◇수요 둔화·공급 과잉 등 위험 여전…해외기업, 발 빠르게 사업구조 재편
최근 좋은 실적과 별개로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잠재위험 요인들은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기 어려운 국면이다. 기업들의 매출이 줄어드는 가장 큰 배경이기도 하다.
주요 제품들은 공급과잉 상태다. 중간 유도품인 파라자일렌(PX)의 과잉률(수요 대비 생산량 비중)은 지난해 289%를 기록했다. 합성수지·합섬원료·합성고무 제품들 중 상당수가 170%를 넘겼다. 중동국가들은 설비를 늘렸다. 제2내수시장인 중국의 화학제품 자급률도 상승하고 있다. 이들의 값싼 제품이 위협이 될 것이란 말이 나온지는 오래다.
최근 합병법인 ‘다우듀폰’으로 새롭게 출발한 다우케미칼과 듀폰은 구조조정 대표 사례다. 양사 모두 1990년대 중반부터 범용 화학제품 사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우케미칼은 중동 기업들과 합작하는 형태로 해당 사업을 유지하거나 아예 철수했다. 듀폰도 코팅 및 이산화티타늄 사업을 매각하고, 고기능소재·생명과학·전자재료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했다. 합병 후에도 농업화학, 고기능소재, 뉴트리션·전자화학 부문으로 사업을 재편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화학과 스미토모화학도 2000년대부터 탈(脫) 범용 전략에 들어갔다. 기능성소재와 전자화학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한 데 이어 제약·헬스케어로 발을 넓히고 있다. 합성수지와 합섬원료 같은 범용제품은 일찍이 구조조정을 통해 비중을 줄였다. 스미토모화학의 경우 석유화학 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에 불과하다.
몇몇 국내 대형사들도 이같은 전략을 펼치느라 분주하다. LG화학은 지난달 팜한농 인수를 마무리하며 농업생명화학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발을 담갔다. 회사는 그동안 정보전자소재, 2차전지, 수처리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혀왔다.
롯데케미칼은 원료 다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완공한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화학단지가 올해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미국에선 액시올(Axiall)과 합작해 셰일가스 기반의 에탄크래커(ECC)신설투자를 진행 중이다.
-
◇범용제품 비중 큰 기업들‘부담’…몇몇 제품 수익성 악화 우려
범용제품 비중이 큰 다운스트림(Down stream) 기업들은 이같은 전략에 더 신경써서 대비해야 한다. 다운스트림 기업들은 업스트림(Up stream) 기업에 비하면 저유가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다. 업스트림 기업들은 호황기 끝자락이었던 2011년보다도 현금창출능력이 좋아졌다. 다운스트림 기업들의 경우 그 시기에 많이 못 미친다. 곳간 상황에서 차이가 나다보니 차입금 감축 현황 또한 대조적인 모습이다.
몇몇 범용제품들은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공급과잉이면서 수출의존도가 높고 중국 자급률이 올라가는 제품들이다. 합성고무(BR·SBR), 폴리스타이렌(PS), 폴리염화비닐(PVC)이 대표적이다. 고순도 테라프탈산(TPA)처럼 구조조정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재 TPA는 롯데케미칼과 한화종합화학 등 생산기업들이 모두 감산에 돌입해 공급량을 조절하고 있다.
가장 큰 다운스트림 기업인 한화케미칼의 움직임에서도 이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회사는 지난 2월 염소·가성소다(CA) 공장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유니드와 거래를 진행 중이다. 염소가 원료인 PVC를 고부가제품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불황에도 꾸준히 벌 수 있는 제품들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케미칼은 그나마 합작투자로 보유한 여천NCC를 통해 원재료를 조달한다. 다운스트림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수익구조가 안정적인 편이다. 그렇지 않은 일반기업들은 이보다 더 부담이 크다. 지금이라도 해외 사례를 참고해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화학제품은 대부분 역내수요이기에 결국 최대 수요처는 중국”이라며 “중국에서도 범용제품을 직접 만들기 시작했기에 이 사업비중이 큰 기업들은 향후 생존전략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5월 2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