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NCR비율 관리에 담당 부서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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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의 공모형 교환사채(EB)를 떠안은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발행한 지 2주가 지났지만, 인수단이 여전히 1000억원 이상의 미청약분을 떠안고 있다. 수수료라도 사수하겠다는 증권사와 미매각 물량의 할인폭을 늘이려는 기관투자자의 눈치 싸움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화건설 EB 주관사단이 시장에서 처분한 물량은 1000억원 수준이다. 한화건설은 이달 초 재무개선을 위해 25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청약금은 발행금액의 10%에 불과한 247억원에 그쳐 2250억원을 인수단이 떠안게 됐다. KB투자증권과 SK증권이 대표주관사로, 한양증권과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한국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인수단은 자기자본이 5000억원 내외인 중소형사다. 수백억대 미매각 물량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KB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의 10% 수준인 583억원 규모 EB를 인수했다. SK증권은 자기자본의 20% 수준인 796억원 규모의 물량을 떠안았다. 한화투자증권(221억원), 유안타증권(157억원), 한국투자증권(193억원) 역시 미매각 물량이 발생했다.
인수단 관계자는 "현재 보유 물량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어렵다"며 "기관투자자와 협의 중인 상황"이라고만 언급했다.
한양증권은 인수단 중 유일하게 배정 물량을 모두 매각했다. 한양증권은 2600억원 규모의 자기자본을 고려해 인수 물량을 즉시 매각하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한양증권은 배정받은 300억원 규모 한화건설 EB를 장외 매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양증권 측은 청약 이후 시장 분위기를 감지해 수수료를 포기한 금액으로 매각했다"며 "사실상 수익을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남은 증권사도 200bp의 낮은 인수 수수료를 고려해 할인폭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오래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상반기 결산을 앞두고 증권사가 건전성 관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갑자기 떠안게된 EB물량이 NCR지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한화건설 EB 매각을 담당한 각 증권사 부서에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인수단 관계자는 "의도치 않게 북(book)이 투입돼 해당 부서 관계자가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면서 "현재 장내외매도를 통해서 소진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용순자본비율(신NCR)에서 EB는 주식 행사 가능성이 높을 경우 주식위험액으로 산정하게 된다. 다만 현재 주가 상태를 따졌을 때 교환 가능성이 낮을 경우 채권으로 인식해 금리위험액으로 산정하게 된다. EB 발행 주체인 한화건설은 신용등급이 BBB 수준으로 낮은 편이라 위험액 반영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투자자가들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 할인폭이 더 커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주관사단 관계자는 "두산건설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경우 수수료가 높아 할인해도 주관사가 손해볼 게 없지만 한화건설의 경우 주관사가 얻는 이익은 거의 없는 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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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6월 21일 17:2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