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기회' 찾지 못하는 현대자동차
입력 2016.06.28 07:00|수정 2016.06.28 07:00
    신흥국 경기저조·글로벌 경쟁강도 심화에 판매량 감소
    SM6·말리부 강세에 국내 시장 경쟁구도 변화도 감지
    질적 성장 초점 맞춰야 한단 목소리 커져
    • 현대자동차가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의 경쟁 강도도 한층 세지면서 판매량이 늘지 못하고 있다. 연말 수준의 판매촉진(프로모션) 정책을 내놓을 정도다. 올해 중에 이를 뒤집을 만한 '카드'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성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올해 5월까지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194만9334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0만8600대와 비교해서 3.0% 줄었다. 신흥국 시장의 경기회복이 더딘데다 글로벌 경쟁강도도 한층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올해와 같은 이유로 상반기 판매실적이 저조했다"면서 "올해는 지난해 기저효과로 무난한 성장세를 보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상황도 녹록지 않다. 현대차의 주력 판매모델인 쏘나타와 그랜저의 올해 5월까지 판매량은 각각 3만5780대·2만3776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1%·31.0% 줄었다. 르노삼성의 SM6 모델은 지난 3월 출시 이후 소비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5월 판매 실적(7901대)만 놓고 보면 쏘나타(7972대)의 턱 밑까지 추격했다. 이에 힘입어 르노삼성의 올해 5월 시장 점유율은 7.5%를 기록, 전년 대비 3.0%포인트 증가했다.

      한국GM 쉐보레의 성장세도 괄목할 만하다. 지난해 5월 8.4%에 그쳤던 쉐보레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스파크·말리부 신형모델의 인기에 힘입어 1년 만에 11.8%로 올라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그간 국내 자동차 시장상황에 대해선 현대·기아차의 독주로 인해 크게 분석할 필요를 못 느꼈지만 최근 SM6·말리부 열풍 이후 국내 시장에 대해서도 업체 간 경쟁상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국내 시장을 사수하기 위해 꺼낸 카드는 '36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이다. 판매량 감소세가 이어지자 현대차가 지난해 5월 처음 도입한 정책이다. 소비자는 20%의 선수금을 내면 나머지 차량 대금의 80%를 36개월간 무이자로 분할 납부하면 된다.

    • 당시 해당 프로모션이 적용되는 차량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 연말에 접어들면서 특별 프로모션으로 엑센트·쏘나타·그랜저 등 대부분의 모델에 적용됐다. 올해 초 평년 수준의 프로모션을 유지하다가 4월부터는 다시 연말 수준으로 적용 범위를 넗혔다. 특히 5월에는 그랜저·쏘나타에 이어 제네시스·아슬란으로까지 36개월 할부 프로모션 범위가 확장됐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상반기부터 이 정도 수준의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오는 7월부터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혜택이 종료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최대한 판매를 늘리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실제 5월까지 현대차의 내수 판매량(28만1154대)은 전년 대비 소폭(2.9%) 개선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수익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6개월 무이자' 프로모션이 적용됨에 따라 현대차는 물론 현대캐피탈·현대카드 등 금융계열사들의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프로모션으로 인한 비용·손실 분담은 각 계열사들이 분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 다른 관계자는 "상반기 특별 프로모션을 통해 판매량이 증가하더라도 이는 하반기 수요를 미리 끌어들인 것밖에 되지 않을 수 있다"며 "개별소비세 인하혜택이 종료되는 하반기 이후엔 더 강력한 프로모션이 진행될 수 있어 수익성에 더욱 부정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하반기 이후부터는 중국 충칭 4·5공장의 가동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전체 생산능력(CAPA)은 증가하게 된다. 글로벌 판매 저조로 전체 가동률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현대차의 수익성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현대차가 양적인 성장과 판매량 증가 대신 질적 성장, 실질적인 수익성 증가로 성장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2014년 현대기아차는 연산 800만대 시대를 열었지만 매출 성장세 지속에도 영업이익은 2012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다.

      하반기 이후 미국 등 주요 시장에 제네시스 브랜드 진출이 예정돼 있다. 연말에는 신형 그랜저 출시도 앞두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이 외엔 현재 분위기를 반전시킬만한 요소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마저도 현대차의 신차효과는 예전만 못하고, 또 구조적으로 환율·유가 등 외생변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관련업계와 금융시장은 본질적인 수익성 개선을 위한 현대차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