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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like watching a 'train wreck' in slow motion..." (곧 발생할 열차 사고를 슬로우 모션으로 보고 있는 기분이야..)
한 외국계 증권사 IT 애널리스트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답답함을 이처럼 표현했다. 다른 외국계 증권사들은 이미 LG전자에 대해 ‘팔자(Sell)'라는 스탠스로 돌아섰고, 더 이상 커버리지에 포함시키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 그는 LG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아직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안쓰러운 기분만큼은 어찌할 수가 없다고 했다.
사실 LG전자 스마트폰 부진은 새로운 화제가 아니다. 작년 초까지만해도 투자자들은 LG전자 기업설명회를 찾아 “스마트폰 부진을 떨쳐낼 중장기 전략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 질문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대신 신사업인 자동차전장이나 OLED TV 또는 실적이 좋아진 가전부분에 대해 묻는다.
스마트폰은 이제 관심권 밖이라는 의미다.
“LG전자로서도 스마트폰 사업에서 지난 5~6년간 할 수 있는 시도는 다 해봤다. 투자자 입장에서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더는 안 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LG 스마트폰의 현실이다. 한때 세계 유수 IT업체들의 총력전이 펼쳐졌던 이 시장은 성장세가 정체된지 오래다. 성장률 전망은 올해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그러면서도 애플-삼성 ‘양강’ 체제는 여전히 굳건하다. 그런 애플마저도 ‘아이폰’ 이후 먹거리를 찾기 위해 부산하다.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의 부상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화웨이와 샤오미만 얘기하면 유행에 뒤떨어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국내에선 생소한 중국의 ‘오포(OPPO)’와 ‘비보(VIVO)’가 글로벌 시장 5위권 업체로 진입했다.
이제 투자자들은 LG그룹이 과연 스마트폰 사업을 이어가야 하는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마지막 반전 기회였던 G5는 사실상 실패했다. 초기엔 ‘프렌즈'(friends)라는 주변기기들을 스마트폰에 떼었다 붙이는 독특한 컨셉으로 흥행 불씨를 지폈다. 하지만 수율 관리 실패로 제품을 제때제때 공급하는 데 실패했다. 그 새 삼성과 애플은 새 제품을 내놨다. 업계에선 “기본적인 공급망관리(SCM)도 안 돼 주어진 기회조차 못 잡은 회사”라는 쓴소리가 나온다.
파국으로 치닫는 기차를 멈춰 세우고 새 전략을 내놔야 하는 시점이다. 하지만 LG전자를 지켜보는이들은 “비용절감 외 별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만 해도 비용절감을 위해 국내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베트남 등 해외로 옮겼다. 반면 LG전자는 거꾸로 평택 공장 등 국내 설비를 늘렸다. 인력도 국내에서 충원해왔다. 국내 고용창출이란 긍정적인 측면도 무시하기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LG전자에 ‘고비용’이라는 꼬리표로 되돌아왔다.
LG전자는 스마트폰 담당인 MC사업본부 직원들을 타 사업부로 전환 배치하는 인력 재조정에 나섰다. 현재 7000명 수준인 직원 수를 6000명대까지 줄이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인화(人和)를 강조하는 LG전자라해도 3분기 혹은 늦어도 4분기초까지는 추가적인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암울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제 투자자들의 유일한 관심은 ‘LG전자가 구조조정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가’로 바뀌어 버렸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LG전자에 대한 '희망'을 얘기했던 외국계 애널리스트는 최근 LG전자 포지션을 '팔자'로 바꿨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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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7월 07일 11:24 게재]
입력 2016.07.12 07:00|수정 2016.07.14 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