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차입금 상환필요성·공장이전 대금마련 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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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설립 이래 50년간 금융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삼표가 기업공개(IPO)를 검토한다. 정도원 회장 일가가 지분 희석을 극히 꺼려왔음에도 불구, 상장을 추진한다는 사실에 시장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삼표의 현재 재무상황과 향후 자금소요를 감안하면 IPO는 불가피한 선택지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표는 이달 초 미래에셋대우·NH·한국 등 대형사 3곳과 중소형사 4곳을 포함한 7개 증권사를 소집해 상장의사를 밝혔다. 삼표와 경쟁관계인 유진그룹 계열 유진투자증권은 제외됐다. 제안서 접수는 오는 12일에 마감한다.
삼표는 증권사들이 제출한 예상 기업가치를 보고 IPO를 할지, 말지 최종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삼표가 주장하는 기업가치는 약 1조원. 각 증권사가 제시하는 기업가치가 이에 못 미치면 상장의사를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삼표는 현재 정도원 회장과 장남 정대현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만 96%에 달한다. 상장 과정에서 지분 분산 요건을 맞추려면 구주매출은 필수라고 금융투자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결국 오너 일가 지분율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이를 우려한 삼표는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면서 신주발행을 통해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을 최대한 늘리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삼표는 IPO를 추진한다면 그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표가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FP)도 보내지 않고 제안서를 내달라고 했다"며 "회사 측이 건설경기가 호황일 때 가능하면 빨리 IPO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동양시멘트 주가하락에 재무부담↑…일부 상환자금 마련해야
삼표는 작년 7월 동양시멘트 경영권을 인수할 때 동양시멘트 주식을 담보로 2000억원을 산업은행에서 대출했다. 당시 인수가격은 지분 55%를 기준7943억원. 이 때 동양시멘트 주가는 6000~7000원 사이였는데 이를 주당 1만4000원에 인수하면서 '고가 인수'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후 주가는 꾸준히 하락을 거듭, 현재 4000원대 초반에 그치고 있다.
주가하락이 앞으로도 이어지면 담보가치가 하락하는 터라 삼표는 추가담보를 제공하거나 차입금 일부를 상환해야 한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페널티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IPO를 통해 신규 자금을 받아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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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표가 산업은행에서 2000억원을 빌릴 당시 동양시멘트 주가가 4000원 미만이면 발동되는 트리거(Trigger)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삼표가 지난 달 산업은행에 추가자금 대출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았고, 기존 대출 금리만 약간 인하했다"고 밝혔다.
결국 동양시멘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후보를 이기기 위해 무리하게 인수가격을 써낸 것이 독으로 작용, 지금의 상황을 야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레미콘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동양시멘트 주가를 고려할 때 삼표에서 트리거에 대비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적인 담보제공여력이 부족하고 상환능력도 떨어지는 것으로 볼때 생각보다 삼표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시 레미콘 공장 이전…대체부지 자금마련도 필요
서울 성수동ㆍ풍납동에 위치한 삼표의 레미콘 공장 이전에 대한 부담도 상장을 검토해야 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지난 96년부터 서울시내 주요 레미콘 공장 이전을 추진해 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본인 임기 내 레미콘 공장의 서울 밖 이전을 공언했다. 이는 작년 4월 총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이기도 했다.
이에 한일시멘트가 지난 6월 구로구 영등포 레미콘 공장 매각을 팔고, 연말까지 공장을 비우기로 했다. 이제 남은 서울 시내 레미콘 공장은 삼표(성수동·풍납동), 천마콘크리트(세곡동), 신일씨엠(장지동)만 남았다.
그간 삼표의 서울숲 인근 성수동 공장, 그리고 부지까지 소유한 한강변 풍납동 공장은 서울 중심부와 인접해 있고 강남권-강북권에 모두 레미콘을 공급할 수 있는 요충지로 활용돼 왔다. 하지만 삼표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공장을 빨리 이전하라는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삼표는 대체부지 마련을 위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아울러 지금처럼 성수동·풍납동 공장이 정상 가동되고 있을때 상장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동양 경영권 분쟁 재점화 위한 자금마련?…실효성은 높지 않아
일각에서는 삼표가 ㈜동양 지분을 추가매입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준비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상은 이해득실을 따져보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삼표는 지난 1일 정도원 회장을 비롯해 특수관계인 13명이 ㈜동양의 지분 5%(1193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올 초 유진기업이 ㈜동양의 적대적 M&A에 뛰어들었을 당시. 삼표는 유진그룹의 인수를 반대한 ㈜동양의 손을 들어줬다. 그만큼 ㈜동양의 경영권이 유진에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레미콘 시장 1위 지위를 유진그룹에 고스란히 넘겨주면서 삼표의 시장 지배력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유진기업의 ㈜동양 지분율은 25% 가량. 이와 별개로 ㈜동양은 자사주를 약 12%를 보유하고 있다. 이 자사주는 최대주주 유진의 관여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매각이 가능하다.
이러다보니 삼표가 ㈜동양 자사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늘릴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거론됐다. 현재 ㈜동양의 시가총액은 8200억원 수준으로 12%에 대한 시가는 약 1000억원 정도다. 상장 추진이 이에 대한 자금수요를 대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1000억원 이상을 들여 자사주를 매입해도 삼표의 ㈜동양 지분율은 17%에 그친다. 유진과 지분경쟁을 하려면 이보다 1000억원은 더 들여야 한다. 그래도 경영권을 갖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뒤늦게 ㈜동양에 발을 들인 삼표로서는이런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유진을 압박하는 효과를 누린다는 지적도 무시하기 어렵다.
레미콘업계 한 관계자는 "㈜동양의 이사진이 삼표로 자사주 매각을 결정할 경우 배임의 소지도 있다"며 "삼표가 2000억~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동양 지분을 25%이상 확보한다 하더라도 유진그룹과 지분율 차이가 없어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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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7월 1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