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박주로 등극한 바이오…시초價만 반짝, 검증은 '아직'
입력 2016.07.14 07:00|수정 2016.07.15 17:36
    공모 이후 시초가는 대박...이후 주가는 예상보다 부진
    ‘옥석 가리기’ 어려운 바이오 기업...기업가치 이의 제기 어려워
    ‘신화vs허구’ 과도기 맞은 바이오 업계
    • 바이오 투자 열풍이 한국을 휘몰아치고 있다. 기관은 물론, 개인투자자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바이오 테마주' 찾기에 한창이다.

      덕분에 기업공개(IPO)시장은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상장 대기 중이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한 해 상장되는 바이오 기업은 7개 남짓에 불과했다. 그러나 작년 한미약품 '대박' 신화를 목격한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해 이 숫자가 2배 가까이 늘었고, 올 상반기에만 6개 회사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이달 초까지 또 8개의 바이오 기업이 거래소에 예심청구를 넣었다.

      하반기까지 감안하면 못해도 연내 40개가 넘는 바이오 기업이 상장될 전망이다.

      청약경쟁률도 무시무시하다. 수백대 1을 가볍게 넘어선다. 올해 상장된 바이오 기업들 가운데 3곳은 기관투자가 경쟁률만 700대 1을 넘어섰다. 일반투자자 경쟁률은 두 배가 넘는 1440대 1까지 나온다. 거의 '전투적'인 수준으로 바이오 기업 공모주를 사려고 덤벼들고 있다는 의미다. 자연히 공모가격도 대부분 기대했던 범위 내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형성된다.

      문제는 이렇게 겨우겨우 바이오 기업 공모주를 샀다고 해도 이후 주가흐름이 영 시원찮다는 데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가가 고꾸라지는 회사들도 적지 않다.

      ◇공모때만 반짝하는 주가..."대부분 초기 연구단계 기업들"

      작년 상장된 바이오 기업들만 봐도 상장 첫날 시초가는공모가보다 적어도 평균 50%는 올랐다. 단기간에 2~3배로 치솟은 종목들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주가 거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빠지는 추세다. 작년 이후 이후 상장된 21개 바이오 기업들 가운데 12개 기업들의 현재 주가가 모두 시초가 아래에 형성돼 있다.

      일례로 작년 7월 상장된 파마리서치프로덕트는 5만5000원의 공모가가 상장 직후 11만원까지 올랐다가 1년이 지난 현재 5만2000원대로 다시 떨어졌다.

      '대박'을 바라고 들어갔지만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거론된다. 국내에서 상장되는 바이오 기업 대부분이 이제 겨우 연구개발을 시작하는  '걸음마' 수준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 그 중 하나다.

      이런 바이오 기업들은 임상과 연구개발 비용등을 위한 자금 확보차원으로 코스닥 시장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  코넥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혹은 벤처캐피탈을 통해 투자를 받는 수준으로는 이 비용을 감당하는데 한계가 있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IT기업보다는 바이오기업들에게는 코스닥을 선택했을 때 유리한 점이 많다.

      달리 말하면 이들 바이오 기업은 이제 막 연구계획을 세우고 개발비를 모집하는 '초기기업'이란 의미다. 그러니 단기간내 성과가 안나오고, 일반 투자자들이 바라는 기대수익률도 나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바이오는 성과를 내기까진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업종이다.

      아울러 코스닥 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이들 상당수가  할인된 공모주를 매입, 이후에 높은 가격에 팔아 단기간에 차익을 남기려는 목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바이오 기업 투자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데는 무리가 있다.

      거꾸로 바이오와 다르게 기존 제약업종 주식들은 꾸준한 주가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수익성이 검증되었기 때문. 바이오주로 구성된 코스닥 제약은 연초 기준 6월까지 평균 9% 성장하는 반면,  전통 제약주로 구성된 코스닥 의약품 주는 같은 기간 22%까지 올랐다.

    • ◇ DCF 밸류에이션 난무...딴죽 걸기 어려워

      이들 기업은 회사가치나 주가를 평가할만한 방법도 마땅치 않다. 당장 현금흐름이 없어도 제대로 된 '대박'이 터지면 큰 수익이 생긴다는 특성 때문이다. 이는 바이오 관련 투자에서 가장 골칫거리로 꼽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영업이익이 나오지 않는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대부분 '현금흐름할인법'(DCF)을 활용한다. 말 그대로 미래에 발생할 수익을 추정하고 할인율을 적용,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이 미래 현금흐름을 그 누구도 장담하거나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결국 발행사가 제시하는 이른바 추정 순이익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지금 현재는 수백억 손실을 기록한다고 해도 투자자들로서는 회사가 제시하는 증명되지 않은 장밋빛 미래수치 말고는 참고할 데이타가 없다. 결국 이 수치를 믿거나, 말거나  둘 중 하나다.

      몇년사이에 수백% 성장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업들도 흔히 보인다.

      지난 2월 상장한 큐리언트는 지난해 9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기관투자자와 일반투자자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큐리언트 역시 DCF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는데 2018년 예상 순이익을 현재의 70배 수준인 279억원으로 제시했다. 2017년부터 기술이전에 의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에 2018년부터 로열티 수입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에서다.

      다른 바이오기업은 이처럼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후 추정 순이익을 제시해 IPO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가 제시한 숫자를 당장 증명할 수 없어 투자자들도 기업들이 제시하는 밸류에이션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비단 수치뿐만 아니다. 넓은 의미로 '바이오'란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고 있지만 실제 세부내역들을 보면 연구개발을 집중하는 범위가 엄청나게 다양하다. 기술적인 용어와 전문 배경지식 없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테마들도 다수. 하지만 이를 냉정하게 검증하고 참고할 만한 보고서를 써낼 수 있는 전문인력이나 애널리스트도 극히 한정돼 있다. 생산되는 보고서 숫자도 적으니 이 또한  믿거나, 말거나 두 가지 선택지 밖에 남지 않는다.

      ◇ 너도 나도 바이오? 공장만 사면 바이오? 

      바이오기업의 기준이 워낙 모호하다보니 설익은 계획만 가지고 바이오 열풍에 편승하려는 회사도 적지 않다. 사업부 중 하나가 바이오 관련 업종과 조금만 연관되어 있으면 '요즘 잘나가는 바이오 기업이오'라고 포장하는 사례도 나온다.

      커피전문 업체인 한국맥널티는 지난해 상장 과정에서 남양유업, 롯데칠성을 비교대상으로 선정하면서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제약사업부를 강조하며 바이오기업으로서의 역량이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해당 제약사업부는 위탁생산(CMO)을 주로 진행했고, 연구개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다가 직전해인 2014년 공장을 이전하면서 해당 사업부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1/3가량 줄어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상장과정에서 적지 않은 바이오 테마 수혜를 봤다.

      화장품에 진출하면서 이 또한 '바이오'라고 딱지를 붙이는 경우도 있다. 경계가 워낙 모호해서다.  동시에 신약 파이프라인 연구가 길어지면서 수익을 내기 위해 코스메슈티컬(화장품에 의학적으로 검증된 성분을 함유한 제품)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도 있다. 한스킨을 인수한 셀트리온은 바이오 기술에 기반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올릭스와 강스템바이오텍 등도 화장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도 어려운 문제다.

      경계가 모호해진 덕에 바이오기업이 기업가치를 산정할때는 거꾸로 화장품 제조사의 밸류에이션을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상장한 케어젠은 한국콜마, 코스맥스의 밸류에이션을 적용해 주가수익비율(PER) 51.79~78.8배를 적용했다.

      ◇ 버블이라면? 폐해는 IT버블과 비교하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일각에서는 2000년대 IT버블의 악몽의 재현을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거품이 끼어있고 나중에 터진다면 그 여파는 IT버블과 비교할 바가 못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T기업은 1~2년 뒤면 성과로 나타나고 기술력에 대한 전문가들도 많다보니 대강 옥인지, 석인지가 판가름이 나고 피해도 최소화 할 수 있다"며 " 하지만 바이오기업은 '임상 실험을 거치고 있다'라는 명목만으로 최소 3~4년은 실적 없이도 거뜬히 버틸 명목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유사 사례가 적지 않다. 가장 유명한 것이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이라고 평가받은 스타트업 기업)이었던 '테라노스'의 사례다.  창업자 겸 CEO 엘리자베스 홈즈는 소량의 혈액으로 70여가지 질병을 확인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했다며 유명세를 탔고 2014년에는 '여성 최연소 억만장자'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그러나 작년 월스트리트저널이 테라노스의 핵심 기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홈즈는 단숨에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비단 테라노스의 위기가 아니라 시장 전반에 미칠 신뢰도 저하라는 악영향이 우려됐다.

      '유니콘'이 허구였음이 증명될 경우 국내시장에 미칠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서 헬스케어주가 차지하는 시가총액은 무려 80조원에 달한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 바이오 투자 열풍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자와 벤처캐피탈 등 업계의 ‘스마트머니’까지 바이오 투자에 뛰어들었다. 국민연금조차 지난 2분기 바이오ㆍ제약 업종을 집중적으로 담았다. 한국거래소 역시 바이오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며 청구 기업의 편의성을 고려해 6주간의 평가기간을 4주로 단축하는 등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런 바이오 투자열풍의 장기화가 향후 자본시장과 국내경제에 어떤 여파를 미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신화가 될 것인지, 또 하나의 허구로 기록될 것인지는 미지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