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경기 침체 장기화에 ‘선택과 집중’ 나서
핵심 사업은 더하고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정리
구조조정 압박 심화…위기기업 생존 위한 거래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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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영업양수도 거래가 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시장의 불안전성이 커지며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모든 산업을 아우른 문어발식 확장이 의미를 잃자 중요도가 낮은 사업부부터 차례차례 잘라내고 있다. 놓기 아쉬운 사업은 떼내서 계열사로 옮겼다.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의 여파도 있었다. 자금 사정이 급한 기업은 계열사에 사업을 떠넘기며 한 숨을 돌렸고, 당장의 생존이 급한 기업들은 떠밀리듯 알짜 사업만 발라내 매물로 내놓기도 했다.
인베스트조선의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13년 이후 기업들의 영업 및 사업부, 자산 등의 양수도 거래는 매년 증가 추세다. 전체 거래 대비 비중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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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엔 '그룹 내' 양수도가 자주 눈에 띄었다. 이미 갖춰져 있는 사업부를 정리하거나 축소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지원에 나서거나, 사업의 운영 주체만 바꿔 안고 가는 형태의 거래가 많았다.
두산중공업은 우량 사업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을 넘겨 두산건설의 먹거리를 마련해줬고, 대성산업은 코젠사업부문을 DS파워에 넘기며 한 숨을 돌렸다. 한진해운홀딩스는 한진해운 경영권을 놓는 대신, 한진에스엠과 물류법인 등을 챙겨갔다.
2014년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웅진, STX, 동양그룹이 잇따라 무너지며 위기감이 확산했다. 몸집 불리기에 골몰하던 기업들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일단 붙여놓고 성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략에서, 점차 핵심 영역 외 사업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으로 바뀌었다. 기업들의 정체성과 사업군 정립과도 맞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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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위 삼성그룹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났다. 제일모직 패션사업부와 빌딩관리사업을 옮기며 지배구조 개편을 알렸고, 비주력사업인 삼성테크윈 반도체사업부문과 삼성전자 광소재사업부는 외부에 매각했다. 오랜 기간 그룹의 축을 이뤘던 화학과 방위사업도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과감히 정리했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본격화 한 후에도 삼성전기 진동모터사업을 매각하는 등 발 빠른 행보가 이어졌다.
지난해 CJ헬로비전과 OCI머티리얼즈 등 대형 거래를 통해 주력 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낸 SK그룹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비주력이나 연관성이 낮은 사업은 계열사별로 모으거나, 외부에 매각했다. SK건설 U사업부, SK케미칼 혈액제제사업부와 같이 분리한 후 외부자본을 유치해 역량 강화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
태양광·방위·금융 등 사업군으로 재편된 한화그룹은 한화L&C 건자재사업부와 드림파마를 매각했고, 문어발식 확장이 도마에 오른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 리테일 사업과 포스코우루과이의 자산 등을 정리하며 본업 경쟁력 강화로 회귀했다.
구조조정 성격의 양수도 거래도 잦아졌다. 여유 있는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을 꾀했다면, 어려운 기업들은 생존과 관련된 결정을 내렸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처럼 전용선사업 등 팔릴 수 있고 돈이 되는 알짜 사업을 분리해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구조조정이 국가적 화두로 떠오른 올 상반기엔 이러한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 정부가 꼽은 5대 취약업종(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관련 거래가 빈번했다. STX조선해야,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이랜드 등이 주요 자산을 내놨다. 현대중공업은 단조설비를 팔았고, 로봇 등 비조선 사업부문의 분사 및 매각도 예정돼 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거치며 ‘대마불사’란 대명제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기업들은 미래를 고민할 여유를 잃었다. 등 떠밀리듯 양수도 거래에 나섰다. 올해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M&A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국가적인 구조조정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기업들은 몸을 사리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사업부를 정리해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꾀하는 형태의 양수도 거래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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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7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