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솔·PC게임 중심의 해외 시장서 불리
국내선 슈퍼셀과 비슷한 시총으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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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게임즈가 국내 상장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해외 상장을 접은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게임 산업에 후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주는 국내시장을 외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는 국내 기업공개(IPO)를 확정하고 일정을 조정 중이다.
지난 2월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은 NTP(Netmarble Together with Press)에서 국내와 해외 상장을 모두 고려하고 있으며 "글로벌 브랜드로서 성장하기 위해 나스닥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넷마블의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 당시 한 외국계 증권사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제안하기로 했다.
상장 시장을 두고 고민하던 넷마블이 국내 상장을 확정하자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넷마블의 국내 상장을 고대하던 거래소 측은 되레 넷마블 측에 국내 시장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국내 시장의 장점은 무엇인지 문의하기도 했다.
넷마블게임즈가 국내 시장 상장으로 가닥을 잡은 가장 큰 이유는 인지도 때문이다. 넷마블은 국내에선 1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지만, 해외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다. 최근 일본 시장에서 세븐나이츠가 매출 3위에 오른 점이 유일한 사례다. 게임 담당 애널리스트는 "넷마블은 해외에서 아직까지도 인지도가 없는 편이라 국내만큼의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넷마블 역시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 게임사와의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방 의장 역시 "당장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기엔 인지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높은 인지도가 있는 대형 IP를 갖는 것이 마케팅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미국 모바일게임사 에스지엔(SGN)을 인수한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 넷마블은 최근 카지노 게임사인 플레이티카 인수도 추진 중이다.
또 국내 IPO시장에서 게임회사의 밸류에이션이 타국에 비해 높다는 점도 선정 이유로 꼽힌다. 미국과 일본, 한국, 중국은 전세계에서 게임 산업을 이끌고 있는 주요국이다. 기업 밸류에이션을 비교하면 미국과 일본을 이끄는 주요 게임사들의 PER은 10배 내외다. 지난해 기준 국내 주요 게임사의 평균 PER은 30배를 넘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더블유게임즈는 전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하지만, 높은 밸류에이션을 이유로 한국 상장을 선택했다.
'클래시오브클랜'의 제조사인 슈퍼셀의 매각 사례만 봐도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 산업에 대해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텐센트에 슈퍼셀 지분 84.3%를 86억 달러(약 10조원)에 매각했다. 슈퍼셀의 연매출은 3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처음 달성한 넷마블 역시 10조원의 수준의 기업가치를 주장하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게임사와 한국에서만 유명한 넷마블이 같은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다"며 "그만큼 게임주에 대해 국내 금융시장이 관대하다"고 설명했다.
해외 상장 가능성이 어려운 또다른 이유 중에 하나는 넷마블이 모바일 게임사라는 부분이다. 미국과 일본은 현재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와 같은 콘솔게임과 PC게임 중심으로 시장이 발달했다. 높은 시가총액을 차지하고 있는 게임사는 블리자드와 일렉트로닉아츠(EA)와 같은 회사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모바일게임을 중심으로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해외 기업의 자국 상장은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한데다, 넷마블의 중국 시장 인지도도 크지 않다. 한국 시장이 넷마블에 가장 유리하다는 의미다.
해외 상장한 기업들 중 안착에 성공한 기업이 거의 없다는 점도 자극이 됐다. 2011년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한 넥슨은 매출 1902억엔(약 2조원)이라는 높은 매출에도 불구하고 시총에는 큰 변화가 없다. 2005년 STX팬오션은 한국과 싱가포르 주식시장에 동시 상장했다가 2013년 규제가 많은 기존의 프라이머리 상장 대신 세컨더리 상장으로 시장을 변경하기도 했다.
넷마블은 국내외 동시 상장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넷마블의 인지도는 한국에서 가장 유리하다"면서 "한국과 해외시장의 동시상장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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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7월 17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