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권주 청약 염두 두고 30% 할인 적용
한화證 "IB 역량 강화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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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투자증권의 주식연계증권(ELS) 손실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 반전을 노리기 위한 카드로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는 진행 중이다. 한화는 할인율을 높여 소액주주와 일반 투자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한편, 인수단도 촘촘하게 구성했다. 대주주 지분율을 어떻게 유지할지, 조달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변수로 꼽힌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동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액면 이하 신주 발행을 결의했다. 이날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의 참석률은 약 38%(3328만주)로 집계됐다.
이날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 중 98%(3248만주)가 안건에 찬성했다. 한화투자증권 전체 지분의 37%가 동의한 셈이다. 그러나 한화그룹 계열사가 지분 32.7%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분율 6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소액주주들도 대부분 이번 안건에 찬성했다고 보긴 어렵다.
이를 고려하면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상당수 실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투자 매력을 높이기 위해 할인율도 공모 최대 규모인 30%로 확정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일단 2245원으로 정해졌다.
만약 최종 실권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받아줄 인수단도 구성을 완료했다. 공동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35%를, 유진투자증권이 15%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10%를 유안타증권이 5%를 인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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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유상증자로 한화투자증권의 주주 구성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의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는 약 8816만주(자사주, 우선주 포함)다. 이번 유상증자로 기존 주식수의 101%에 해당하는 89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청약에 참여하지 않는 주주는 지분율이 반 토막 난다.
한화투자증권에 대한 한화그룹 지분은 현재 32.65%(우선주 포함)로 높은 편이 아니다. 이번 증자에 배정분을 모두 청약한다 해도 29.57%로 줄어든다. 한화투자증권에 소액주주가 많긴 하지만, 안정적인 경영권 지분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화그룹 주주들이 초과청약에 나설지가 관심사다. 현행 법규상 주주배정시 기존 주주는 배정분에 추가로 20%의 지분을 더 청약할 수 있다. 한화그룹 주주들이 모두 초과청약에 나선다면 증자 후 한화그룹 지분율은 32.23%로 이전과 큰 차이가 없어진다.
이번 증자가 끝나면 우리사주조합이 한화투자증권의 주요 주주로 급부상하게 된다. 신주 발행량의 20%인 1782만주가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되는 까닭이다. 우리사주조합이 100% 청약할 경우, 기존의 우리사주 지분 76만주를 포함해 10.5%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한화투자증권의 이번 유상증자는 ELS 운용손실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여승주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두 번째 자구안이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은 자사 소유의 한화금융센터빌딩을 계열사인 한화손해보험에 1327억원에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 자금은 지난 상반기 적자를 메우는 데 대부분 들어갔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900억원대 영업손실을 냈으며, 2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의 손실이 예상된다.
급한 불은 껐지만, 영업력 강화를 위한 종잣돈이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증자 외에는 해답이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액면가 미만 증자의 경우 주식발행초과금이 '마이너스'가 되지만, 그만큼 자본금이 늘어나 자본총계도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영업력 강화에 투입할 예정이다. ELS 운용손실을 만회할 수 있도록 IB(투자은행) 역량 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여 사장은 올해 ELS 부실을 털어내고 증자를 통해 투자여력을 확보, 내년 상반기에는 턴어라운드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화증권 관계자는 "이번 증자가 끝나고 나면 IB영역에서 위험감수(리스크테이킹)할 수 있는 부분이 이전보다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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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7월 21일 14:1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