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대출은 '우량' 가계·소호 영업 집중
미리 보수적으로 쌓은 대손충당금 등 기저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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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상반기 순익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은행들은 저금리 기조에서 순이자마진(NIM) 높이기 쉽지 않은 가운데 금리 스프레드를 높여 이자수익을 방어했다. 취약업종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작년부터 미리 쌓은 대손충당금 덕에 상반기 실적은 견조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24일 인베스트조선 집계에 따르면 신한·KB·하나금융지주 및 우리은행의 상반기 순익은 전년 동기대비 평균 1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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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발표 후 이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순익 개선 요인은 우량 대출자산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경상적인 수치를 밑도는 대손충당금 적립, 이밖에 비용통제 등이다.
은행들은 지난해엔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했기에 대출자산을 늘리고 보자는 전략을 폈다.
그러나 올해들어선 가계대출 관련 규제 가이드라인이 생겼고, 대기업 여신은 보수적으로 취급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결국 중소기업 중에서도 자영업자가 많은 소호(SOHO)대출, 주택과 우량 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가계대출에 영업을 집중하게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엔 공격적인 대출경쟁으로 순이자마진 확보가 힘들었다"며 "올초부턴 기준금리가 얼마나 내려가든 경기둔화와 수익 방어를 위해 대출 신규나 연장에 대해 스프레드를 많이 가져가는 데 은행이 사활을 걸었다"고 말했다.
허정무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작년말부터 신규 대출금리 스프레드를 평균적으로 0.1% 상향해 왔다"며 "또다시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예측이 나오고 있어 수익성 향상을 위해 집단대출엔 단지별로 금리 차별화하고, 가계는 신용대출, 중기대출은 소호쪽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는 비슷하거나 줄었다.
지난해부터 기업 구조조정에 대비해 미리 보수적으로 적립했던 충당금 중 일부가 환입된 효과가 컸다. 은행들은 진행 중인 기업구조조정에 대비해 2분기에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았지만 적립 규모는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평가다. 은행들은 이를 기저효과로 설명한다.
대손비용률 자체가 줄어들어 시장에선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한지주는 대손비용률이 전년 동기 대비 0.07%포인트, KB지주는 0.16%포인트, 하나지주 0.08%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구용욱 은행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예상외로 상반기 대손충당금 책정 규모가 크지 않았고 대손비용률은 줄었다"며 "선제적으로 적립한 덕분이었고, 기업구조조정 등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했던 시장 우려가 해소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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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7월 24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