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소재사업부도 2분기 연속 적자
'다각화' 전략에 대한 투자자 기대감 점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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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18개월 만에 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실적 공개 후 주가는 하락했다. 실적 개선은 본업인 기초소재의 시황 개선이 컸다. 반면 대대적 투자가 이어진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사업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한 증권사는 '7년 6개월'이란 제목의 리포트로 투자자들의 답답함을 대변하기도 했다. LG화학이 신사업 발굴을 내세워 투자자 앞에 선지 어느덧 8년차지만 수익성 확보는 여전히 미지수다.
LG화학 내 석유화학 제품 생산 및 판매를 담당하는 기초소재 사업부는 최근 5년내 최고의 분기 이익(6491억원)을 기록했다. 저유가로 인한 원료가격의 안정화와 제품 성수기 진입이 실적을 이끌었다. LG화학은 "향후 유가가 70달러 이상으로 상승할 때까진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손실을 기록한 비(非)석유화학 부문에 더 쏠려있다. 석유·화학 업황 개선으로 경쟁사들도 앞다퉈 '역대 최고 실적' 달성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화학 제품만의 실적으론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각 사의 호황 이후를 대비한 전략 여부가 새로운 기업 평가의 척도가 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증권사 화학 담당 연구원은 "LG화학이 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 등 업종내 다른 회사 대비 주가와 기업가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던 것은 앞으로 중·대형 배터리와 전기전자소재 등 신사업이 실적을 이끌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차'가 향후 LG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제시되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관심이 집중돼 있다. LG화학은 지난 2009년 GM과의 공급계약을 시작으로 약 7년간 지속적인 투자를 집행했다. 올해도 시설투자로 총 8000억원, 연구·개발(R&D) 투자에 매출액의 약 11~12%를 투입할 계획이다.
목표했던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개선은 매년 늦춰지고 있다. LG화학은 "2016년까지 배터리(전지)부문에서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대한다(2014년 7월)", "2016년쯤엔 중·대형 배터리의 BEP 달성이 가능할 것(2015년 1월)" 등 올해까지 사업을 안착시키겠다고 줄곧 밝혀 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모범기준 인증 연기로 올해 (중·대형 배터리) BEP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시장의 우려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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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전망도 밝지 않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인증 심사가 연기되고 있어 안정적인 진입 여부가 미지수다. 이미 57곳에 달하는 중국 업체들은 인증을 통과해 증설에 돌입했다. 수요가 늘면서 배터리의 재료가 되는 핵심 소재들의 가격도 반등하고 있다.
LG화학 입장에선 중국 시장의 진입장벽, 또 진입 이후 시장내 치열해진 경쟁환경이라는 두 가지 과제가 앞에 있다. 당장 회사와 투자자들의 관심사는 빠르면 8월말로 예정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5차 인증’ 선정 여부에 쏠리고 있다.
비(非)화학 사업의 다른 한 축인 정보전자소재 사업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보전자소재 사업부는 LCD향(向) 편광필름 사업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지녔다. 디스플레이 업황의 변동에 따라 실적 변화가 클 수밖에 없다. LG화학은 최근 LG하우시스에서 점접착 필름사업을 인수해 다각화를 꾀하는 등 해법 찾기에 나섰다. 5년째 적자만 쌓여가는 유리기판 사업도 LG화학 내 ‘아픈 손가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 화학이 유가 향방에 실적이 갈리는 ‘천수답(天水畓)’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다각화를 추진해온 건 긍정적인 일”이라며 “다만 당초 투자자들 예상보다 장애물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향후 반등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 부담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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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7월 24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