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지수 하락으로 ELS 조기상환 더뎌... 시장 위축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 높아져 DLS 발행량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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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고정관념이 변화하면서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에 몰렸던 투자금이 분산되고 있다. 비교적 변동성이 크다고 여겨졌던 파생결합증권(DLS)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ELS의 총 상환 금액은 15조5000억원으로 전년동기(25조원)보다 62% 감소했다. ELS 상환 규모가 대폭 줄어들며 신규로 발행할 여유가 크지 않았던 탓이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의 부진과 유로스톡스50(EURO STOXX 50)지수의 급락이 배경이다. 특히 H지수는 현재까지 9000포인트선에 머물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가지수 기반 ELS에 대한 투자자의 인식도 변하는 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1년 사이 기초 지수 급락으로 '지수형 ELS는 안전자산'이라는 환상이 깨졌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수형 ELS에 몰렸던 자금이 최근 분산되는 모습이다. 그동안 지수형 ELS의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상품들이 시장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DLS 발행량이 증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DLS의 올해 상반기 발행액 규모는 14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파생상품을 기초로 해 변동성이 크다고 평가받던 DLS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DLS는 그동안 기관투자자 수요가 높아 주로 사모발행에 집중됐다. 그러나 올 상반기 공모 발행 규모는 전분기 대비 4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사모 발행 증가량과 같은 수준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높은 위험성에도 수익률이 높아 DLS의 리테일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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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와 금 시세가 DLS 신규 발행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원자재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형 DLS는 올 상반기 전체 발행액의 약 27% 차지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지수형 DLS의 발행 규모 비율은 20% 수준이었다.
특히 국제유가 강세가 주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초 20달러대까지 떨어져 5년내 저점을 찍은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지난 6월 배럴당 48달러까지 상승했다. 유가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자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가 조기상환되면서 재투자로 이어져 DLS 발행이 늘어났다. 금 가격 역시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로 인한 불안 심리가 반영돼 지난해 말 1060달러에서 지난 6월 기준 1300달러까지 올랐다.
원유 가격과 금 가격을 기초로 하는 DLS에 대한 수요를 확인한 증권사들도 최근 DLS 발행 늘리고 있다. 올해 1분기 8000억원을 발행한 NH투자증권은 2분기에 1조원 규모를 발행했다.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 7600억원 규모 발행에서 2분기 1조300억원 규모의 DLS를 발행했다. 삼성증권 역시 1분기보다 2000억원 늘어난 9500억원 규모 DLS를 발행했다.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ELS도 지수형 ELS의 대안으로 꼽힌다. 주식형 ELS는 변동성이 커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상품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1조6734억원으로 집계됐다. ELS에 설정된 대표 주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SK텔레콤 등이다. 전년 동기대비 208.5%나 발행 규모가 늘어났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각종 지수가 하락하자 이에 대한 회피전략으로 단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하는 ELS 비중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LS 발행에 부담을 느끼는 증권사들은 투자금의 분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부분은 지수의 하락이 아니라 지수 쏠림 부분"이었다며 "여러 자산을 기초로 한 상품이 골고루 흥행할 경우 그동안 우려됐던 쏠림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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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7월 20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