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문 투자 한계, 투자처 다양화 필요
섹터 전문 투자펀드, 규모 커질수록 투자처 발굴 어려워
"블라인드펀드 6000억원, 국내 IT기업 투자할 곳 부족"
스카이레이크 "아웃백 인수, 새로운 시도…펀드 15~20% 새 분야 투자"
PEF 업계 관계자 "성장 후퇴 사업·소극적 딜소싱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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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간 IT기업 투자에 집중한 사모펀드 운용사(GP)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가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이하 아웃백)에 투자한다. 예상 밖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만은 없는 국내 PEF들의 현실"이라는 얘기가 대체적이다. 이번 투자가 국내 PEF 시장이 당면한 과제를 응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멸하는 선택"이란 말도 나온다.
인베스트조선은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요 PEF의 파트너급 이상을 대상으로 스카이레이크의 아웃백 투자를 어떻게 보는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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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GP 역량 문제는 아니다"
사실 스카이레이크라고 외식업 아웃백에 투자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놀부를 인수한 모건스탠리PE, 버거킹에 투자했던 VIG파트너스와 이를 넘겨받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공차코리아에 투자한 유니슨캐피탈 등도 처음부터 F&B에 투자하진 않았다. 경험 유무가 투자 성과를 결정하지도 않는다. 동양생명, LG실트론에 투자했던 VIG파트너스는 버거킹 투자에 성공했다.
또 운용사들은 펀드 내 투자 위험 분산을 위해 다양한 산업에 속한 기업들에 투자한다. MBK파트너스가 운용하고 있는 3호 펀드에는 홈플러스(유통), 두산공작기계(제조), 에이펙로지스틱스(물류), ING생명(금융), 네파(소비재)가 담겨 있다. PEF 관계자들은 "GP의 부단한 노력과 관리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지, 섹터 전문 투자펀드이기 때문에 다른 업종은 해선 안 된다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② "대기업중심 산업구조, IT섹터 전문 투자 한계"
그럼에도 아웃백 투자가 주목을 받은 이유는 그간 스카이레이크가 IT기업 전문 투자를 표방해 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Leading technology private equity firm"으로 요약된다.
취재에 응한 PEF 관계자들 다수는 이번 투자에 대해 "IT기업 전문 투자를 지향해온 스카이레이크가 성장 또는 투자 시장의 한계에 당면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한 외국계 PE 대표는 대기업을 정점으로 하는 국내 IT산업의 섹터의 산업구조적 관점에서 스카이레이크의 아웃백 투자를 바라봤다.
그는 "매물로 나온 테크기업을 보면 대부분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기술력보다는 납품 관계 유지에 더 노력한 곳들이 많다. 그 납품관계 유지에 질린 나머지 적당한 가격에 팔겠다는 움직임이 많다. 그런 기업들은 PEF가 투자하지 않는다. 스카이레이크가 그간 얼마나 힘들게 투자했는지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들은 PEF가 경영권 인수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반대로 좋은 기술과 영업력을 가진 기업은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고 오너들이 팔 이유도 없다. 대규모 투자 건도 많지 않은 게 테크 분야다. 10년 이상 열심히 투자한 스카이레이크도 생각이 많을 것이다. 스카이레이크가 실험적으로 아웃백 투자를 선택한 이유가 이런 고민에서 시작된 듯 하다"고 분석했다.
다른 PEF 관계자들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섹터 투자 전문 펀드의 투자 한계와 고민은 펀드 규모가 커질 수록 더 심화할 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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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펀드 대형화, 좁은 국내 시장 한계"
자산 규모(AUM) 2조원인 스카이레이크는 6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조성 중이다. 운용사 설립 이후 최대 펀드다. 국민연금도 2500억원을 출자한다. 대형 펀드 운용사로 인정받았다. 스카이레이크 자체적으로 내부 정비에 들어갔다. 진대제 회장은 스카이레이크에 근무하는 가족들에게 떠날 것을 명했다고 전해진다.
블라인드펀드 6000억원이면 인수금융 등을 고려했을 때 1조원 투자도 가능하다. 최소 5~6건, 최대 10여건 정도의 포트폴리오를 담을 수 있다. 정해진 기간 내에 이 같은 투자를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 산업 범위를 넓혀갈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국내 PEF 대표는 "3000억원 규모를 특정 산업에 투자하기로 하고 펀드레이징을 했는데, 투자 대상 발굴과 투자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며 "블라인드펀드 6000억원을 스카이레이크가 좋아하는 IT분야 경영권 인수에 투자하기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외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다른 PEF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서 단일 국가를 무대로 삼는 PEF들은 대게 1조원 정도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면 투자처 발굴부터 투자 집행, 회수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며 "일본만 봐도 한 때 급성장 후 성장 정체를 이기지 못해 사라진 펀드들이 많은 데 단일 국가의 단일 섹터라면 더욱 힘들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펀드 대형화와 투자 분야의 시장 한계에 고민했을 스카이레이크가 아웃백에 투자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 아니냐는 평가로 이어졌다.
④ "그렇다고 해도 아웃백은…"
투자 폭을 넓힐 수밖에 없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선택은 아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웃백이 속한 패밀리레스토랑 분야는 성장보다는 하락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 때 스테이크하우스하면 아웃백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아니다. 대기업들도 잇따라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철수하고 있다.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는 스카이레이크의 접근 방식도 지적을 받았다.
한 국내 PEF 관계자는 "자체적인 딜소싱(Deal Sourcing, 투자처 발굴)을 통해 식음료 기업을 인수했다면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투자로 보겠지만 시장에 다 알려진 경쟁입찰을 통해 인수한다는 점에서 스카이레이크 의도와 관계없이 같은 업계 입장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외국계 PE 대표는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고, 투자처 다양화하겠다고 투자자들에게 이야기했는데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아웃백에 투자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밝혔다
스카이레이크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아웃백 투자를 새로운 분야에 대한 첫 투자로 볼 수 있지만 스카이레이크는 그간 IT회사 외에 소재회사 및 방화블라인드 회사 등에도 투자했다"며 "아웃백 역시 공급체인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IT산업과 운영원리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웃백 인수 후 200억원은 곧장 배당으로 회수하기 때문에 실제 투자 규모는 크지 않고, 이번 투자 결과를 보고 신규 투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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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7월 21일 14:0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