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더 필요하다" 일정 조정한 카카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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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출범' 계획을 고수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준비법인 K뱅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신용평가 시스템을 짧은 기간 안에 구축하기 어려워 중금리 신용대출에 주력하겠다던 당초 사업모델을 제대로 펼칠 수 없을 거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말 예비인가 심사 당시 K뱅크가 '먹거리'로 내세웠던 중금리 신용대출 사업을 위해서는 정교한 신용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부실화 우려가 큰 시장이라 높은 수준의 리스크관리·회수관리가 요구된다. 짧은 기간 안에 쉽게 구축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평 시스템을 오랫동안 구축해온 SC제일은행도 2005년 중금리 신용대출 시작했다 부실화를 못 막고 중단한 사례가 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최근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은 시중은행들은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한도 제한을 두고 있다.
정교한 신평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까지는 개인이나 소호(SOHO) 대상 담보대출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는 기존 은행들의 사업영역이다. 점포만 없을 뿐 같은 고객 군을 대상으로 경쟁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당장 올 상반기 실적만 봐도 시중은행들은 개인 대상 대출을 늘리며 수익을 키웠다.
국내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영역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평가도 있다. 일본에서 성공한 인터넷전문은행인 라쿠텐뱅크의 경우 현지 점유율 1위 쇼핑몰과 은행을 결합해 고객을 끌어모았다. 국내의 경우 기존 시중은행의 고객기반이 공고한데다 이미 모바일뱅킹 등 주요 금융IT영역에 모두 진출해있어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K뱅크 관계자는 "신평 시스템은 준비법인 출범 이후부터 컨소시엄 내 주주사와 협력해 개발하고 있지만, 진행상황을 외부에 공개하기는 어렵다"면서 "주주사 정보 이외에 K뱅크 자체 고객 데이터베이스(DB)도 필요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신 영역 내 먼저 할 수 있는 일부터 차례차례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K뱅크를 바라보는 시중은행들의 시각도 비슷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이 쉽지 않은 영역인 탓에 K뱅크는 담보대출과 예·적금 유치 등 전통적인 사업부터 시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중금리와 편리한 앱 만으로 승부하려 한다면 시중은행들이 순순히 시장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뱅크와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는 출범 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조정했다. 예비인가 신청 당시에는 K뱅크와 같이 올해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일정을 일부 조정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은 쇼핑몰·증권사 등 모회사 가치 개선을 중점으로 둬 고객 흡수에 성공했다"면서 "K뱅크 역시 고객 가치 증대에 초점을 맞춰 비즈니스모델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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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7월 3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