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단기 호황 전망·중국發 공급과잉은 '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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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屈起)에 대응하는 국내 업체들의 대응전략이 갈리는 모양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바일향(向) 중·소형 OLED에 '올인'했다. 중국과의 경합이 예상되는 LCD에선 발을 빼고 OLED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 전략 유지로 방침을 세웠다. 최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LCD로 수익창출을 하고, 미래를 위해 OLED에 투자했던 기존 방식을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략 사업인 대형 OLED TV 시장은 여전히 굼뜬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새로 진출하는 중·소형 OLED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해야 하는 점도 과제다. LCD에서도 부상하는 중국과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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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올해부터 대규모 투자를 통한 대형 OLED 패널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처가 될 글로벌 TV 완성업체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프리미엄'을 내세워 높은 마진을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TV시장에서 OLED TV의 점유율은 1% 남짓이다. 삼성의 시장 참여가 점차 늦어지는 점도 보수적 시각에 반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하반기부터 단가 인하를 통해서라도 소니(Sony)와 같은 글로벌 TV 업체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완성업체들의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OLED 패널에서 7500억원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에도 적자 축소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첫 발을 뗀 중·소형 OLED 부문에선 수율 확보가 과제다. 기존 LCD 매출의 35%를 차지하던 애플이 차기 아이폰 모델에 OLED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LG디스플레이도 이에 맞춰 설비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2조원 규모 추가 투자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증설에 나서고 있다.
시장 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소형 OLED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점유율 97%를 차지한 사실상 독점 시장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로의 사업재편에 나선 후 올해 상반기에만 약 3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업계에선 애플 수주를 계기로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까지 총 8조~10조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아이폰에 1차 업체로 LCD를 공급했던 LG디스플레이는 돈을 벌었지만, 2차 업체였던 재팬디스플레이(JDI)는 단가인하 압력에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았다. OLED에서는 LG가 삼성에 이어 2차 업체다"라며 "자체적으로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OLED TV와 달리, 중·소형 OLED는 기존 시설 공백 등을 고려해 '울며 겨자먹기'로 투자에 나선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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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D 사업은 딜레마에 빠졌다.
하반기 이후 LG디스플레이의 숨통을 틔울 사업은 LCD가 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예상보다 빠르게 LCD 설비의 폐쇄 및 매각을 추진하면서 공급 과잉이 다소 완화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패널가격이 점차 반등하는 등 단기 호황을 맞게 됐다. 위협 요소였던 중국 업체들도 저가 패널 중심의 전략·기술력 부족 등으로 대형 패널 분야에서 수율 확보에 차질을 겪고 있다.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올해 하반기 약 8000억원의 영업이익, 내년엔 약 1조7000억원에 육박한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LCD 내 공급과잉 우려와 중국의 부상은 이미 '상수'가 됐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점차 LCD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2018년 이후 중국 BOE의 10.5세대 LCD 공장 장비반입이 시작하는 등 중국발(發) '치킨 게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당장 투자 부담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컸었던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예상보다 빠른 삼성의 LCD 축소로 숨통이 트인 셈"이라며 "하지만 전략이 3가지로 분산된 상황에서 중·소형 OLED로 자원을 집중한 삼성에 비해 불안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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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7월 31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