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사업도 순혈주의 버린 삼성전자…투자전략은 현지화
입력 2016.08.11 10:05|수정 2016.08.11 17:59
    '삼성' 브랜드 진출보단 현지 브랜드가 유리 판단
    향후 삼성전자 해외 M&A 트렌드 될 가능성 커져
    • 삼성전자의 해외 투자 움직임이 활발하다. 중국 BYD 지분 투자에 이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자동차부품 자회사인 마그네티 마렐리(Magneti Marelli) 인수에도 나섰다. 이번엔 미국 럭셔리 빌트인 가전 전문업체 '데이코(dacor)'를 인수했다.

      회사 측은 인수금액에 대해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선 대략 1억~1억5000만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앞서 BYD나 마그네티 마렐리에 비하면 투자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삼성전자의 M&A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보여주는 상징성을 띠고 있다는 평가다.

      가전사업은 스마트폰과 반도체보다 앞서 삼성전자의 기반을 다진 사업부다. 그렇지만 북미 가전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스마트폰에 크게 못미친다. 경쟁사인 LG전자와의 경쟁에서도 크게 앞서본 적이 없다.

      이번 데이코 인수는 삼성전자의 해외 진출 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키워 해외로 나가는 방식이 아닌, 현지 시장에서 현지 브랜드로 직접 진출하는 전략을 쓰겠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빌트인(built-in)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자체 브랜드로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화가 중요한 빌트인 가전시장의 특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이번 딜(Deal)은 옳은 방향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빌트인 가전은 건설사, 부동산 등 현지 관계자들과의 관계, 그리고 브랜드 ‘네임밸류’가 아주 중요하게 작용한다”며 “단 기간 이를 확보하려면 현지업체를 인수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발 맞춰 삼성전자 가전의 인지도 제고를 위한 마케팅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1차적으로 가정에서부터 ‘삼성’이란 브랜드를 심어주면 이후에 나머지 제품들에 대한 마케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가전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부에도 시너지가 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스타일에 비춰보면 앞으로 이 같은 방식의 해외 M&A가 늘어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자산 규모는 240조원이 넘는다.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면 삼성전자 내 개별 사업부는이미 개별 기업 수준으로 크다. 해외 진출이 늘어날수록 고민도 늘어난다. 외국 기업으로서 현지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에 삼성전자라는 큰 우산 아래 수많은 브랜드들이 그대로 존재하는 ‘백화점’ 방식의 각자도생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