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넷마블, 충분히 매력적인 기업"
"섹터 아닌 개별 기업 성장성 따져봐야"
"SPC 활용한 국내 기업 해외계열사 상장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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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한국투자증권을 빼놓곤 설명할 수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호텔롯데를 비롯해 넷마블게임즈, 두산밥캣, 이랜드리테일 등 굵직한 대형 거래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런 한국투자증권의 IPO 부서를 이끄는 배영규 IB1본부장(사진)을 만났다.
올해 업계 1위는 맡아둔 게 아니냐고 덕담을 건냈더니 배 본부장은 손사레를 치며 겸손해했다. 거래가 완료될 때까진 기다려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250억여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한국투자증권 IPO 부문은 올해 진행 중인 거래가 모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3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둘 전망이다.
하반기 가장 뜨거운 거래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넷마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부터 물었다. 두 기업 모두 시장으로부터 기업가치가 부풀려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받고 있는 회사들이다.
"구체적인 건 아직 언급하기 어렵지만, 두 회사 모두 충분히 매력적인 기업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예컨데 바이오로직스의 경우 공장을 가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반도체 세계 1위를 일궈낸 삼성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수율 등 여러 부분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앞으로 글로벌 제약사의 위탁생산 주문이 이어질 겁니다. 반신반의해하는 시장을 설득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넷마블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거라고 판단합니다. 일반적인 게임회사와는 경영진의 생각부터 다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비교대상 기업이 마땅치 않은 업계 1위 회사의 상장을 성공으로 이끈 트랙레코드(실적)를 상당수 가지고 있다. 삼성생명, GS25, 골프존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상장 과정에서 향후 성장성이나 기업가치에 대해 시장의 이견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거래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비결이 뭘까. 배 본부장은 '언어'라는 답변을 내놨다. 발행사와 투자자는 시각도 원하는 것도 다르므로 주관사가 둘 사이에서 서로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바꾸어주지 않으면 마찰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발행사가 바라는 기업가치와 시장에서 예상하는 가격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습니다. 차이를 줄이기 위해선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바꿔 전달해야 합니다. 회사에는 시장의 시각을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투자자에게는 이 기업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강조해야 합니다. 회사만의 장점을 파악해 이를 기업가치에 반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공장에서 찍듯 판에 박힌 방식으로 공모가를 계산해 시장에 내보내는 건 우리의 역할이 아닙니다."
그는 IPO를 '수제품'이라고 표현했다. 하나하나 맞춤제작해야 하는 명품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그가 금융당국에 꾸준히 요청하고 있는 사안이 있다. 증권신고서에 비교대상기업 및 기업가치산정 논리를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한 규제를 풀어달라는 내용이다.
"천편일률적인 산정 방식으론 기업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어렵습니다. 회사마다 특별한 가치가 있는 법인데, 이 회사랑 사업이 비슷하니 비슷하게 가격을 매기라고 하는 건 투자자들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지난 2~3년간 국내 IPO 시장은 화장품과 게임, 바이오 업종의 상장이 주류를 이뤘다. 화장품은 중국과의 외교관계 악화로 인해 도마 위에 올랐고, 게임과 바이오는 거품 논란이 지속적으로 일고 있다. 올해 하반기, 그리고 내년에도 이들 업종의 IPO는 계속될 수 있을까.
배 본부장은 긍정적이었다. 다만 경쟁력있는 개별 기업에 한정된 의견이었다. 레드오션(초경쟁시장)이라고 알려진 자동차부품업종에도 뛰어난 성장성을 보이는 기업이 있다는 논리다.
"지난해 따이공(보따리상) 규제 강화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화장품 섹터가 한 물 갔다는 말도 나오지만, 뛰어난 실적을 보이고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와 같은 외생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는 한 내년 시장에서도 화장품 기업의 IPO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업종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개별 기업의 성장성을 살펴야 합니다."
개별 기업의 차별성을 따지는 한국투자증권의 안목을 믿고 시장의 자금도 모이고 있다. 올해 초 모집한 상장전투자(프리IPO) 펀드엔 기관투자가 450억원, 개인 250억원이 참여했다. 어렵지 않게 자금이 모였다. 300억원은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투자(PI)로 참여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프리IPO 펀드는 투자기간 2~3년에 목표 수익률은 50% 이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국내 대기업의 해외 계열사를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상장하는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SPC는 국내에 세워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인다. 기존 해외기업의 지주회사를 홍콩 등지에 세운 후 이를 국내에 상장시키는 방식보다 더 안정적인 형태로 꼽힌다.
두산밥캣이 대표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이 단독 주관을 맡은 화승엔터프라이즈나, 하나금융투자와 공동으로 상장을 주관하고 있는 LS전선아시아 역시 같은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배 본부장은 당분간 해외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 계열사의 국내 상장에 주력할 예정이다.
"경영진과 상장실체가 국내에 있는 회사가 해외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면 투자자에게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모회사가 한국의 대기업일 경우 투자자의 신뢰는 더욱 높아집니다. 순수 해외기업의 국내 상장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준비를 더 충분히 갖춰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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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8월 09일 11:0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