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투자부담 크지만 과실은 비슷하게 가져가
투자전략 정용진·정유경 남매 독자생존에 방점
"기업분할 방식 선진적이지 못해"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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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은 연초 4조원이 넘는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하남 복합쇼핑몰 ‘유니온스퀘어’에만 1조원이 투입되고, 백화점 증축과 신규 출점에 대규모 자금이 들어갔다. 구조적인 이유로 기존 유통업의 성장성이 꺾인 상황에서 신세계의 대규모 투자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투자 효과에 대한 갑론을박도 있지만, 신세계그룹의 투자 방식을 두고 투자자들의 이해관계도 상충되고 있다. 과실(果實)은 이마트와 신세계가 나란히 얻게 되지만 부담은 이마트에 절대적으로 치우쳐져 있다. 2011년 인적분할을 통해 마트와 백화점이 나뉘어졌지만 이마트의 역할론은 애매모호해지고 있다.
경쟁사인 롯데쇼핑처럼 각종 유통업을 모두 영위하던 신세계는 2011년 마트(이마트)와 백화점(신세계)를 쪼개기로 했다. 신세계는 분사를 하면서 모회사와 자회사의 수직적 구조가 만들어지는 물적분할이 아닌, 수평적 조건의 인적분할을 선택했다. 각 사업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유통업계는 경쟁적으로 외형을 확대하는 중이었다. 덩치가 작아진 신세계와 이마트는 실적은 물론 외연 확장에서도 경쟁사들에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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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의 실적(연결기준)을 살펴보면 최근 4년간 매출액은 13조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7000억원대에서 5000억원대로 떨어졌다. 현금창출력을 의미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조원을 밑도는 수준이 됐다. 신세계의 경우 큰 변동은 없다. 매출액은 2조4000억원대, 영업이익은 26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EBITDA는 평균 4300억원을 기록 중이다.
두 회사의 합산 실적을 보면 매출은 소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영업이익과 EBITDA는 감소세다. 평균 영업이익은 1조원을 밑돈다.
투자 규모는 분할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순차입금 규모도 늘고 있다.
3조원이 넘었던 신세계의 순차입금은 분할 직후 6500억원대로 감소했다. 이듬해 신세계가 센트럴시티 지분 60.2%(1조250억원)을 말레이시아 소재 투자목적회사로부터 사들이며 순차입금은 다시 불어났다. 이후 면세점 독립법인 설립, 비즈니스호텔 개점을 위한 추가 자금소요도 이어졌다. 신세계의 투자규모는 EBITDA보단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올해 같은 경우에는 신·증축이 이뤄지면서 추가적인 외부차입이 불가피해졌다.
이마트는 매년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EBITDA보다 투자금액이 많다. 신세계 차입금에 더해 신규 출점, 복합쇼핑몰 투자 등으로 올해 순차입금은 4조원을 넘겼다.
투자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관련업계에선 오프라인 유통의 패러다임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다. 내수 회복은 더디고 산업 사이클상 마트와 백화점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과거처럼 매장 확대가 실적 증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평가다.
국내 유통 대기업들은 한 분야에서 실적이 떨어지면 대규모 자금을 들여 새로운 유통채널에 진출하는 식의 투자방식을 되풀이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계속 늘어나는데 실익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복합쇼핑몰의 경우 길게는 개장 5년 이후부터 투자효과를 볼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하남을 시작으로 10여개의 초대형 복합쇼핑몰을 더 지을 계획이다.
해외 유통 대기업들의 사업 방식은 대조적이다. 일본은 이온그룹 정도를 제외하곤 유통사들이 편의점 세븐일레븐처럼 한 업태만을 전문적으로 영위한다. 미국에서 30년째 1등 기업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월마트도 마트 외의 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해외는 백화점이든 대형마트든 하나의 채널에 특화된 전문 기업이 많다"라며 "국내는 재벌기업들이 부동산 위주로 백화점, 할인마트,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다 보니 각 사업들이 성장도 위축도 않는 상황에서 투자 효율성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세계그룹 자체를 놓고 보면 인적분할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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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개장하는 하남유니온스퀘어(스타필드 퍼스트 하남)에는 1조1000억원이 투입됐다. 부동산 개발 투자를 맡고 있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데 이마트와 신세계가 각각 90%, 1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지분만큼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에 사실상 이마트가 사업 부담을 혼자 짊어진 셈이다.
투자자들은 "이마트가 투자부담은 큰 데 반해 하남스퀘어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라며 "신세계백화점은 임차료만 내고 공간을 쉽게 차지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한다.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가 그룹의 투자사업을 주도하는,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명목상 인적분할을 했지만, 현실은 물적분할과 다를 바 없다.
시장에선 신세계의 분할 작업이 그룹의 경쟁력 강화가 아닌, 정용진-정유경 남매의 승계 이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본다. 지난 5월 주식 맞교환을 통해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만, 정유경 총괄 사장은 신세계 지분만 보유하게 된 것도 무관하지 않다. 이 때문에 신세계그룹의 기업분할 방식이 '선진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투자업계(IB) 관계자는 “이마트가 투자 부담을 짊어짐으로써 신세계가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유예 기간을 벌어주고 있는 셈”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보면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의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 이마트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진 이유는 유통업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투자를 계속 늘리고 있는 것도 한몫하지만, 그 투자활동이 결국 재벌의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그룹이 사활을 건 복합쇼핑몰 사업이 안착하게 된다면 지금의 우려를 한 순간에 불식시킬 수도 있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문제다. 또 유통업이 발달한 일본에서조차 낮은 수익률 때문에 자리잡지 못했다. 신세계그룹을 바라보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시선이 보다 냉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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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8월 03일 16:5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