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 베트남으로 몰려가는 까닭
입력 2016.08.26 07:00|수정 2016.08.26 07:00
    "동남아에선 신용등급·경제 성장성 적절…해외 수익 비중 확대 거점"
    삼성·LG 등 제조업체의 베트남 진출 규모 커져
    진출 후 규모의 경제 일구려면 현지 고용인력 리테일 영업 총력
    • 국내 은행들이 베트남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지며 해외 진출이 절실한 은행에 베트남은 진출해야만 하는 조건을 두루 갖춘 나라로 지목된다.

      현재 베트남 지점수가 가장 많은 곳은 신한은행이다. 지난 2009년 현지법인 설립 이후로 지점수 17개를 보유하고 있다. 비용 절감과 현지화를 위해 현지 인력의 채용을 늘려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신한은행베트남이 거둬들인 순익은 약 600억원가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일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법인 신설 가승인을 받았다. 오는 10월 본인가가 나면 본격적으로 지점 수를 늘려갈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베트남은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어 투하하는 자본 대비 손익을 단기간에 맞출 수 있는 국가"라며 "금융 인프라가 크게 발달하지 않은 않아 기업뿐 아니라 소매금융 영업 확대를 위해 단시간 내 지점수를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 은행은 향후 5년 안에 베트남에서 날 성과를 중심으로 그룹내 해외 수익 기여도를 20~30%까지 끌어올릴 구상을 하고 있다. 베트남은 경제성장률, 금융시장 투명성, 국내 기업 진출계획 등이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아 수익 목표치를 구체화해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베트남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6.7%로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경제성장률도 6%대를 전망한다. 2000년초부터 지난 2013년 사이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10.5%에 달했지만 최근들어 높은 성장률에도 유가하락으로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0.6%에 그쳐 경제 안정성이 높아졌다.

      신용등급도 양호하다. 지난 2014년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가 베트남 국가신용 등급을 각각 B1, BB-로 9년만에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국내에선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8일 베트남 국가신용등급(BB-)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다.

      삼성·LG 등 국내 내로라하는 제조업체들이 베트남 진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금융사 진출엔 이점이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제조공장을 설립하고 10만명이 넘는 인력을 현지에서 고용했고, 앞으로도 늘릴 계획이다. LG이노텍은 내년 하반기까지 카메라 모듈공장을 설립하고 현지인을 채용할 방침이다. 기업들은 중국에서의 규제와 인플레이션을 피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공장 기지로 베트남을 택하고 있다.

      국내 은행은 과거와 달리 베트남에서 현지인들을 대규모로 고용하려는 기업 덕분에 리테일 기반을 확보할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진 사무소나 지점 한두곳을 개설해 자본 투입은 최소화하고, 현지에 진출한 기업금융 업무만을 주선해 자본 대비 수익을 최대화하는 데 머무르던 모습과는 다르다.

      하나금융과 KB금융도 그룹내 은행이 하노이와 호치민에 지점 혹은 사무소를 하나씩 두고 있다. 이들도 베트남의 기업 관련 리테일 영업 확대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현지 은행뿐 아니라 카드·캐피탈·보험사 등 리테일을 강화할 수 있는 금융사 인수·합병(M&A)이나 지점 개설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일본계 등 해외에 진출한 선진 금융사에 비해 국내 은행의 조달금리가 비싼 것이 사실"이라며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 금융주선은 국내 은행뿐 아니라 외국계 은행과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열위한 조달금리를 상쇄하려면 국내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은행들이 현지인에 대한 리테일 영업 확대 전략을 펼 수 밖에 없고, 이를 위해선 지점과 고객 수 확보 등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