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성 있는 시장…후발주자 진입 쉽지 않다는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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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캐피탈이 자동차금융을 중심으로 덩치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주사인 DGB금융지주의 과도한 은행 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이 부문은 JB우리캐피탈이 주력해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인데, 특수성이 있어 공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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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캐피탈은 자동차금융 영업자산을 2020년 1조2400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2020년 영업자산 목표치 4조원의 3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를 위해 DGB금융지주는 지난 5월 DGB캐피탈에 1500억원 금전대여(한도대출)를 결정했다. DGB캐피탈의 자동차금융 시장 점유율(MS) 확대를 위해 추가 지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DGB캐피탈의 올 2분기 자동차금융 영업자산은 151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50% 늘었다. 전체 영업자산 중 자동차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4.25%에서 9.59%까지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소매금융 영업자산도 67억원에서 1380억원까지 증가했다. 전년보다 1960% 성장했지만, 비중을 더 키우지는 않을 예정이다. 반면 영업자산의 55%가량을 차지하던 기계금융은 축소하기로 했다. 제조업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량 차주의 대출은 유지하되, 신규 발급은 제한하고 있다.
DGB금융지주의 경우, 은행부문의 당기순이익 기여도가 높은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DGB캐피탈을 비롯해 DGB생명, DGB데이터, DGB유페이, DGB신용정보 등 비은행부문 자회사의 성장이 중요한 상황이다. 2분기 대구은행의 순익은 748억원, 전체(852억원)의 87.8%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DGB캐피탈의 순익 기여도는 4.69%였다. DGB캐피탈의 이익 기여도가 좀 더 늘어날 필요성이 있다는 평가다.
자동차금융 시장은 영업력의 중요성이 크다는 특수성이 있다. 자동차 판매사원이 차량 매매계약 시 캐피털사를 소개해주는 방식으로 상품이 판매되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현대자동차그룹), 롯데캐피탈(롯데렌탈) 등 전속 시장(captive market)을 보유한 캐피털사의 MS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JB우리캐피탈이 벤치마킹 모델로 풀이되기도 한다. 자산 6조4000억원 규모로 키워낸 JB금융지주는 자동차금융 시장 내 MS 확대를 위해 자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JB우리캐피탈을 인수한 2011년 전속 시장(한국GM)을 잃었지만, 카드사와 연계해 카드복합할부 시장에 뛰어들어 현대·기아자동차 비전속 시장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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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업계 경쟁이 심화되기 전 빠른 의사결정으로 JB우리캐피탈은 전속 시장 없이도 성장을 이어갔다. 2012~2015년 JB우리캐피탈의 연 평균 순익 성장률은 164.5%에 이른다. 2분기 기준 자동차금융 관련 자산은 전체 금융자산의 84.5%까지 확대됐고, 순익은 그룹의 26.9%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처럼 영업력의 중요성이 크고 선점 효과가 강력하다는 시장 특성 탓에 후발주자의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캐피털업계 관계자는 "JB우리캐피탈은 과거 대우자동차판매 금융 계열사였던 시절부터 관련 노하우와 영업력을 쌓아왔다"면서 "캐피털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기 전에 자동차금융 시장을 선점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도 "전속 시장과 자동차금융 관련 영업 노하우 없이는 할부 금리를 낮추며 가격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면서 "DGB금융지주의 확고한 의지 없이는 선발주자를 제치고 MS를 확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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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8월 24일 15:1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