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투자자모집 '미지근'…발등 불 떨어진 '메리츠證''
입력 2016.08.29 07:00|수정 2016.08.29 07:00
    신라젠 "10월 말까지 예심 청구…국내는 대형 투자자만 받는다"
    메리츠證, 국내 CB투자자 모집 '난항'
    바이오 불확실성·높은밸류·기존 대주주 이슈 탓
    거래소 "상장예심 청구 후 CB발행 및 자금조달은 사실상 불가능"
    • 메리츠종금증권(이하 메리츠증권)이 주도하는 신라젠의 국내 투자자 모집이 지지부진하다. 모집금액도 500억원가량 줄였으나 기관투자자들 반응도 시원치 않다. 회사는 메리츠증권이 추진하고 있는 국내 투자자 모집과 관계없이 예정대로 10월말까지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 메리츠證 CB투자자 모집 '난항'…발행규모 500억원 감액

      메리츠증권은 올해 중순부터 신라젠의 1500억원 규모 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을 위해 국내 투자자를 모집했다. 올 하반기 코스닥 시장 IPO에 앞서 상장 전 투자유치(Pre-IPO) 방식으로 임상비용 등 운영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목표였다.

      신라젠은 메리츠증권에 투자유치 대상을 국내 연기금·사모펀드(PEF)·은행 등으로 선을 그었다.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유치를 통해 기업이미지 제고와 이를 통한 공모 전 기업가치 극대화 전략이었다. 현재 메리츠증권과는 주관계약은 맺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금조달 상황을 지켜본 후 최종 투자유치 결정을 내리겠다는 판단이다.

      회사 한 관계자는 "우리는 연기금·PEF·은행 등 VC레벨 이상의 투자자만 받을 수 있다고 메리츠증권에 (투자자모집에 대한) 전제조건을 달았다"며 "이는 기존 투자자들이 사전에 동의한 사항으로, 뛰어난 연기금들이 투자에 나서면 우리 회사의 가치가 인정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회사 요구에 맞춰 수개월째 투자자모집을 진행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투자유치 금액도 1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줄였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보수적인 접근 탓에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불법 자금모집 이슈가 불거졌던 기존 최대주주(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어 기관들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았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은 회사가 전망하는 2조6000억원~2조8000억원의 상장 후 기업가치 또한 시각 차를 느끼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이 큰 바이오 산업을 바라보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들만을 대상으로 대규모 투자유치를 진행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오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이상 회사의 가치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회사가 생각하는 밸류에이션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회사는 '여유' …메리츠證 2달 남은 시한부 투자자 모집

      국내 투자자 모집은 지지부진하지만 신라젠은 여유로운 모습이다. 국내 투자자모집이 무산 되도 해외투자자 유치를 통해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회사는 현재 해외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신주발행을 통한 투자유치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투자자 모집 ▲외국인투자자 모집▲(IPO) 공모 등의 자금조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메리츠증권에서 자금조달을 추진하고는 있지만 현재 주관계약을 맺지는 않은 상황으로 각각의 투자유치 조건을 비교해서 투자를 받을 수도 있고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내달 22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임시주총을 통해 정관을 상장회사에 걸맞게 변경한 후 예심을 청구한다는 당초 계획이지만, 거래소와 협의를 통해 임시주총 전에 예심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회사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할 경우 프리IPO가 물 건너간 상황에서 메리츠증권의 투자자 모집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상장예심 기간 중 투자자를 모집할 경우 심사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탓에 이제껏 투자유치를 한 사례는 없었다"며 "상장예심을 통과한 후에도 CB발행 및 추가주식 발행은 공모가와 전환가액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 모집은 예심 청구 전에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상장예심 청구 전 투자유치 성사 여부는 신라젠의 IPO 공모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오래 전부터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프리IPO를 추진했고 기관들의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며 "메리츠증권이 자금모집에 실패할 경우 IPO 수요예측 및 공모과정에서 시장의 반응이 우호적일지는 미지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