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매각 실패 후, 개별적으로 단독논의 제안해 유도
예상과 달리 경쟁구도 형성하지 인수 후보 이탈 가능성 제기
베어링PEA, 매각 희망가 눈높이 하향 여부 관건
-
사모투자펀드(PEF) CVC캐피털파트너스와 어피니티 에쿼티 파트너스(AEP)간 양자 경쟁 구도였던 로젠택배 매각에 칼라일그룹(Carlyle Group)이 가세했다. 뒤늦은 합류지만 흥행 불쏘시개 역할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인수금융을 지원할 금융회사와 긴밀한 협의를 하는 등 인수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칼라일그룹은 로젠택배 실사를 진행하면서 KB국민은행과 인수금융 지원을 협의 중이다.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와 로젠택배 매각주관사인 JP모간은 올 상반기 한 차례 매각에 실패한 후, 개별적으로 주요 인수후보들과 접촉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했지만 매각 측이 떨어뜨렸던 CVC에 먼저 접촉이 이뤄졌다. 알려진대로 CVC캐피탈의 임석정 회장은 매각주관사 JP모간의 한국대표를 역임한 바 있다. 임 회장은 CVC로 자리를 옮긴지 1년이 됐지만 아직 투자를 단행한 건이 없었다. CVC는 KEB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인수금융 주선사로, EY한영을 회계자문사로 선임하며 인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 어피니티에도 비슷하게 개별초청이 이뤄졌다. 이어 칼라일까지 참여했다. KKR도 가세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표면상으로만 보면 글로벌PEF들이 한국 4위 택배회사 인수를 놓고 경쟁을 펼치는 구도가 마련됐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1차 매각 때와 달리 이번에는 매각주관사가 적극적으로 경쟁 구도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시장에 주목할만한 경영권 매각 거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PEF간 경쟁 심리를 자극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모펀드들간 경쟁으로 로젠택배에 대한 관심은 커졌지만 매각 과정은 안갯속이다.
CVC와 어피니티 입장에는 제3의 후보 등장이 달가울 리 없다. 상황만 놓고 보면 매각 측이 "둘이서만 매각을 논의하자"며 특정 후보를 먼저 초대해 놓고, 이를 발판삼아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후보를 슬슬 끌어들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
이러다보니 IB업계에선 어피니티 등 일부 후보가 이미 발을 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일단 다른 후보들과 달리 어피니티의 로젠택배 인수를 지원할 자문사와 인수금융 주선사 등이 나오지 않아서다. 어피니티의 투자 성향과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투자회수(Exit)에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큰 투자를 하겠느냐는 이유에서다. 로젠택배는 국내 택배업계 4위지만 영업방식이 경쟁사들과 다른데다, 상위권 택배사들은 이미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 앞으로도 로젠택배를 인수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 희망가에 대한 베어링PEA의 눈높이가 달라지지 않은 점도 변수다.
베어링은 올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대치인 400억원에 10배수를 적용한 4000억원을 매각희망가로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1차 매각이 실패한 이유도 매각금액을 둔 시각 차였다. 당시 DHL, UPS 등은 적정 인수가격을 2000억원대 후반 정도로 봤다는 게 업계의 다수의 설명이다. 로젠택배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지 않았기에 올 상반기 인수 후보들이 내린 평가는 이번 매각에도 그대로 적용될 전망이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들은 “기업가치 평가 상하단이 2800억원에서 4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범위가 넓다”며 “인수 검토 중인 PEF들의 투자심의위원회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매각주관사가 매각자의 눈높이를 낮추는 설득을 먼저 해야 하는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로젠택배는 국내 4위 택배업체로 베어링PEA는 2013년에 미래에셋운용PEF로부터 1580억원에 인수했다. 한 차례 투자목적회사 자본재구조화를 통해 500억원 가량을 먼저 회수했다. 매각대상 지분은 로젠택배 지분 100%와 KGB택배 지분 75%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8월 25일 18:0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