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실시되면 결국 '회생'보다 '청산'에 무게
영업망 무너지고 세계 7위 해운사 사라질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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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신규지원 여부를 놓고 결국 채권단의 단호한 결정이 내려졌다. 채권단은 기존 입장대로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을 거부했고, 한진그룹 측은 추가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한진해운은 조만간 조건부 자율협약 체제를 종료하고 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될 전망이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과 동행을 이어갈 만한 동력이나 묘수를 마련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채권단 역시 그룹의 한진해운 지원 의지가 미흡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한진해운이 컨테이선 선사임을 고려했을 때 향후 회생절차 과정도 역시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 한진그룹-채권단, 한진해운 놓고 끝내 '접점' 못찾아
한진그룹은 끝내 채권단을 설득시킬 만한 지원방식이나 규모를 제안하지 못했다. 그룹은 마지막까지도 기존의 4000억~5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고수했다. 한진해운의 내년까지 필요한 최소 부족자금(1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당장 올해만 해도 8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채권단이 이 자구안을 수용한다면 당장의 부담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회생의 불씨를 살릴 만한 선택지였던 조양호 회장의 사재 출연 계획은 막판에 한 차례 수정됐음에도 불구, 채권단이 판단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한 수준이었다. 지원규모(1000억원)가 불충분했고 지원시기(내년 7월)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한진해운에는 효과가 없는 시점이었다. 금융권은 한진해운 경영권을 쥔 오너가가 성의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지적하는 등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양 측이 줄다리기를 벌이기 시작한 연초부터 어느 쪽도 한진해운을 도울 묘수나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한진그룹은 이미 대한항공을 필두로 한진해운에 1조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 대한항공의 올 상반기 기준 한진해운 관련 손상차손만 4000억원에 달한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리스크가 그룹 전체로 확산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반복해 왔다.
한진해운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형선사의 법정관리 여파'와 '구조조정 원칙론' 사이에서 후자를 더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언급했다. 한진해운의 부족자금(1조~1조3000억원)이 추가로 늘어날 수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의 대원칙과 현대상선과의 형평성까지 깨고 신규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신규자금이 한진해운의 상거래 채권이 아닌, 해외채권자의 채무상환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채권단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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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관리 후 청산 유력…영업망 무너지고 세계 7위 해운사 사라져
한진해운의 회생절차 역시 자구안 마련만큼이나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한진해운의 회생을 유인할 만한 자산이 많이 남아있지 않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용선료 협상과 해외 선박금융 상환유예 또한 마침표를 찍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법원은 회사의 자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게끔 하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리게 된다. 이후 법원의 개시 결정이 내려지게 되면 조사위원을 선정해 실사에 돌입한다. 조사위원은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평가하고 법원은 회생절차 지속여부를 결정한다. 계속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될 경우 회사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이해관계자인들의 의결을 통해 확정한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볼때 한진해운이 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회생'보다는 '청산'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진해운이 싣는 불특정 다수 화물에 대한 운송중단과 이어지는 소송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질 것이란 게 업계 설명이다. 한진해운은 현재 90여개 항만에서 74개의 항로를 운영 중이다. 연간 400항차 이상의 정기선 운송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한진해운에 남은 자산은 11개의 터미널 지분, 120만개의 컨테이너, 그리고 컨테이너선 98척, 벌크선 59척(사선 64척, 용선 93척)이다. 법정관리가 시작되면 화물 운송계약은 해지되고, 해외 채권자들의 용선 선박 압류도 예상된다. 또 소유선박(사선)도 이를 담보로 잡고 선박금융을 제공해준 금융기관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자연스레 한진해운은 회생계획안에 담을 수 있는 자산이 대거 사라지게 된다.
동시에 한진해운은 내년 4월 출범 예정인 글로벌 해운 얼라이언스인 '디얼라이언스'에서도 퇴출될 전망이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이 장기 계약을 맺으며 신뢰관계를 형성해온 미국, 중국, 일본과 유럽 각국 등 80여 개국의 1만6400여 화주들과의 영업망도 결국 무너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현대상선이 정상화 궤도로 복귀하고 있지만, 한진해운이 싣던 물동량을 당장에 받아올 만한 선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이 청산에 돌입하면 세계 9위를 기록하던 해운사가 40여 년 만에 사라지게 된다.
기업회생절차가 불가피해진 한진그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담담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이날 채권단 결정에 대해 "경영정상화를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며, 해외 채권자와 선주사들의 협조까지 힘들게 끌어냈음에도 추가 지원 불가 결정이 내려져 안타깝다"라며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해운산업 재활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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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8월 30일 17:4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