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업 흐름 변화, 현지화 전략 중요…O2O 기업 투자도”
글로벌 PEF 한국 진출, 국내 인사 영입…TPG, 이상훈 모건스탠리PE 대표 영입
현지화 이면에는 "투자 기회 찾기 어렵다" 상황 반영돼
-
"한국 경제와 산업 변화에 맞춰 투자 전략을 구사해왔고 투자 방식에 있어서도 현지화 노력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보여주는 예로 봐줬으면 한다"
지난 21일 골드만삭스 관계자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와 주방용품 생산기업 ‘해피콜’ 경영권을 공동으로 인수한다고 밝히면서 내놓은 추가 설명이다. 골드만삭스가 주요 지분 혹은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적은 많았지만 국내 PEF 운용사와 함께한 경우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골드만삭스는 시기별로 투자 전략과 분야를 바꿔오고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직후에는 국민은행에, 2005년에는 하나금융지주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같은 기간 부실기업 낙인이 찍혔던 진로와 대한통운에 투자해 큰 수익을 냈다. 2000년 중반부터는 씨앤앰(現 딜라이브), 지오영, 씨에스윈드, 평산 등에 집중했다. 당시만 해도 케이블TV와 의약유통업, 풍력발전 등은 성장 전망이 밝은 분야였다. 골드만삭스는 ‘그로스캐피탈(Growth Capital)’ 전략을 구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는 투자 규모를 줄이고 O2O기업이나 기술력을 가진 중견 기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전자는 2014년 11월 우아한 형제들에 400억원, 2015년 12월 직방에 380억원 투자다. 후자는 이번에 투자한 해피콜과 바로 직전에 투자한 화장품업체 카버코리아가 대표적이다.
해피콜 투자는 국내 운용사와 공동 투자한다는 점에서 골드만삭스의 또 다른 ‘현지화’투자 전략인 셈이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한국에는 투자 매력이 충분한 혁신 기업들이 많다”며 “골드만삭스에 있어 한국 시장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중요한 투자처”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가 투자기업들과 펼치고 있는 우유배달과 같은 봉사활동 역시 '현지화'란 단어로 묶인다.
골드만삭스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PEF 운용사들도 우리나라에서 현지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시장 규모가 크다고 하지만 여전히 기업공개를 비롯한 투자 회수에 어려움이 있기에 우리나라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2008년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매각을 끝으로 사무실을 폐쇄하고 철수한 TPG가 8년만에 우리나라 시장에 복귀를 선언한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은 최근 이상훈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 대표를 한국대표이자 아시아파트너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2010년부터 모건스탠리PE를 이끌면서 놀부, 쌍용C&B, 한화L&C, 이노션 등에 투자하며 프랜차이즈 업계부터 국내 대기업에 이르는 투자 네트워크를 보여줬다.
콜버그크래비츠로버츠(KKR), 칼라일그룹, CVC캐피털, 배인캐피탈 등 주요 해외 PEF의 한국투자 담당자들은 국내 투자시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로 채워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찾아 해외 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글로벌 투자회사들의 공통된 목표다. 국내 투자업계와 기업들 사정에 정통한 투자 네트워크를 갖춘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회사들의 현지화 이면에는 투자 기회 발굴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는 상황도 맞물려 있다. 외환위기가 낳은 구조조정 기업 M&A가 일단락 된 후, 국내 M&A 시장은 철저한 '실력 경쟁'으로 바뀌었다. 공개 입찰을 통한 기업 인수보다는 네트워크를 통한 투자 기회 발굴 능력이 우선시된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국내 PEF의 성장으로 글로벌 투자회사가 가진 프리미엄도 사라진 상황이다.
한 외국계IB 관계자는 "한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글로벌 투자회사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중량감 있는 인사 영입, 국내 PE와 공동 투자를 통한 성공 경험 축적 등이 있다"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8월 2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