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완’ 만난 삼성SDI, 갈수록 좁아지는 그룹內 입지
입력 2016.09.05 11:29|수정 2016.09.07 01:44
    2014년 이래 사업 구조조정 통해 배터리 중심 구축
    수익성 악화 지속에 노트7 폭발로 신뢰도도 저하
    • 삼성SDI가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이라는 ‘블랙스완’을 만났다. 사업부 축소와 수익성 악화 등으로 그룹 내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를 마주치게 됐다.

      삼성그룹은 갤럭시노트7에 대한 흥행 기대감에 가득 차 있던 상황이었다. 삼성전자는 즉각 전량 리콜 조치 계획을 밝혔고 원인 찾기에 나섰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지난 2일 “배터리 제조 공정상 미세한 문제가 있었다”며 “배터리를 공급받는 곳은 두 군데인데 한 곳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삼성SDI에서 70%, 중국 ATL에서 30%가량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삼성SDI가 만든 배터리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소형 배터리 부문은 삼성SDI 전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핵심 사업부다. 그리고 삼성전자를 향한 계열사 매출이 절대적이다. 2015년 이후 IT 및 중대형 배터리가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소형 배터리는 유일한 수익원이기도 하다. 갤럭시노트7 효과에 힘입어 확실한 턴어라운드를 기대했지만 이번 리콜 조치로 상황은 어려워졌다.

      그동안 삼성SDI의 주가 흐름은 자동차향 중대형 배터리가 좌지우지 했다. BMW의 신규 물량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개선됐지만 중국에서의 가동률 회복이 더디면서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에서 5차 인증을 장담할 수가 없고,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배터리가 범용제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소형 배터리도 삼성SDI 주가에 미치는 주요 변수가 됐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주가는 하락세가 이어지며 10만원대로 떨어졌다. 국내 증권업계는 삼성SDI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추기 시작했다.

      삼성SDI를 담당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삼성전자 배터리 공급에서 완전히 배제되는 것이지만 전략적 측면에선 쉽지 않다”며 “일회적으로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무엇보다 기업 이미지가 훼손된 점이 가장 뼈아프다”고 전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도 “이번 이슈로 책임을 분담하게 되면 하반기에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단기적 이익 감소보다 앞으로 스마트폰 배터리 수주, 더 나아가 중대형 전지 수주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SDI는 한 때 브라운관 PDP, AMOLED 등의 디스플레이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며 그룹 내 탄탄한 존재감을 드러냈었다. 하지만 최근 그룹의 사업 구조조정 일환에서 삼성SDI 사업부는 정리 대상이 되며 그룹 내 입지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사업성이 떨어진 PDP 사업에서 철수했다. 성장성이 증명된 AMOLED는 삼성전자가 가져갔다. 대신 삼성SDI는 삼성전자가 영위하던 태양전지 사업을 받아왔다. 삼성의 신수종사업이라고 했던 태양광사업은 동력을 잃었다. 2014년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일정 부분의 수익성을 책임지던 케미칼 사업도 정리 대상이 됐다. SDI케미칼로 분사 후 롯데에 매각했다. 그리고 지금의 배터리 중심 사업 구조가 됐다.

      그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도 이뤄졌고, 사내 분위기도 많이 뒤숭숭해졌다. "결국 삼성SDI를 포함한 부품 계열사들은 삼성전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갤럭시노트7 폭발의 경우에도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리콜 발표로 신뢰를 쌓은데 반해 제조사인 삼성SDI는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