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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시장에서 호응받지 못했던 한화그룹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 이어, 우량 회사채에 대한 갈증이 심해진 시장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룹 내 계열사 간 조달과정에 ‘양극화’를 겪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채권 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에서 미매각을 겪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과도한 ‘재무 부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돼왔다. 삼성그룹과의 ‘빅딜’과정에서 (주)한화․한화케미칼․한화에너지 등 인수주체들의 재무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M&A 이후 그룹 내 비금융계열사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중 경기 민감성이 큰 화학 비중이 61%에 달하는 점도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로 꼽혀왔다.
하지만 인수한 계열사들이 업황 호조를 맞아 실적 개선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다소 누그러졌다. 2014년 한화그룹의 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한국기업평가 기준 ‘투기 등급’(10.8배)에 해당했지만, 지난해 말엔 인수한 계열사들의 현금창출을 바탕으로 ‘투자 등급’(6.6배)까지 회복했다. 올해 상반기 그룹내 지주사격 회사인 (주)한화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0% 증가한 9595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그룹 내 계열사들의 추가 등급 하향 위험도 이전에 비해 해소됐다는 평가다.
시장 상황도 한화그룹에 유리한 구도다. 우량 등급(AA) 회사채 발행이 극도로 저조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대체할 우량한 A등급 투자처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계열사 중 A등급 비중이 높은 한화그룹의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신용평가사에서도 향후 한화그룹 크레딧 방향성에 대한 내부 세미나를 여는 등 변화한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한 크레딧 시장 관계자는 “연초까지만 해도 한화그룹 채권들의 시장 금리 스프레드가 신용평가사들이 부여한 신용등급보다 한 노치 이상 낮은 등급 수준에서 거래될 정도로 시장에서 인기 없었던 채권들이 많았다”라며 “최근 인수 회사들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간격이 많이 좁혀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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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투자'로 이어질지에 쏠린다. 이에 대한 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화 계열사들이 부진에서 턴어라운드 하는 입장이다 보니, 최근 CJ대한통운처럼 발행 전에 기업설명회(IR)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면 한화케미칼, (주)한화 등 A등급 계열사에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관투자자는 “각 자산운용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관심을 보일 순 있겠지만, 시장 컨센서스 자체가 변화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우리는 여전히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룹 전체로 훈풍이 번질 가능성은 아직 적다는 의견이 다수다. ‘빅딜’ 과정에서 합류한 한화토탈, 한화테크윈 등 신규 계열사들의 전망은 밝은 반면, 한화케미칼, (주)한화 등 인수 주체들의 발행은 여전히 어려운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계열사들의 대한 지급보증 증가 추세를, (주)한화는 3조원에 육박한 차입금과 한화건설에서의 불확실성을 투자를 주저하는 요인으로 꼽는다.
올해 초에도 이 같은 투자심리는 일부 드러났다. 지난해 수요예측 미매각을 겪었던 한화테크윈(6월, 1500억원)은 올해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반면 (주)한화(6월, 1000억원), 한화케미칼(2월, 1000억원)은 미매각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무진에서 실적 변화 등을 검토해 투자 할만하다 판단하더라도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을 지닌 윗선에 보고를 올리고 설명해야 하는 데 피로를 느낄뿐더러, 등급이 강등될 경우 책임은 온전히 져야하는 점이 부담스러워서 피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내부 분위기를 귀뜸하기도 했다.
9월 이후에도 한화그룹은 활발한 자금조달이 예정돼 있다. 한화케미칼(600억원, 10월)․(주)한화(1500억원, 10월) 등 만기도래하는 각 계열사의 회사채에도 대응해야 한다. 약 1조원에 달하는 잔여 빅딜 인수대금 납부 등 자금 소요도 예정돼 있다. 최근 한화갤러리아․한화테크윈․한화첨단소재 등 각 계열사들이 사모채 시장을 활발하게 노크하며 시장분위기를 점검하고 있다.
한 증권사 크레딧 연구원은 “2~3년전만 해도 사모사채는 물론 CP도 투자수요 확보가 어려웠던 상황에서 1년 이상 사모사채 발행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며 “공모시장에도 다시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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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9월 04일 09:00 게재]
입력 2016.09.06 07:00|수정 2016.09.06 07:00
영업이익 개선·우량물 수요 우위 등 시각 변화 점쳐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