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앞둔 우리은행, 올 상반기 '주담대' 6조 늘려
입력 2016.09.22 07:00|수정 2016.09.22 10:58
    상반기 가계대출 7.2조 증가…3개 시중은행 합산보다 커
    주담대 증가, 순익 및 적정성·건전성 지표에는 긍정적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우려와는 배치
    • 지분 매각을 진행 중인 우리은행이 올 상반기에도 주택담보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각 은행이 제출한 상반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6월 말 우리은행의 가계대출은 전년말 대비 7조2000억원(7.8%) 늘어난 9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3대 은행 합산치(5조3000억원)보다 더 큰 규모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3조8000억원, 3조5000억원 늘렸다. KEB하나은행은 1조1000억원 줄였다.

      가계대출 증가분의 상당량은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했다. 7조2000억원 가운데 6조원가량이 이에 해당된다. 나머지 1조2000억원은 신용대출 및 예금담보대출 등이었다.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지난 2011년부터 본격화됐다.  이후 5년간 주택담보대출 연 성장률 평균치는 13.85%에 이른다. KEB하나은행(2011~2014년은 하나·외환은행 단순 합산)은 7.57%, 신한은행은 6.89%, KB국민은행은 4.88%다. 우리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잔액 기준 2011년 말 4위에서 올 상반기 2위로 뛰어올랐다.

      이는 우리은행이 기업대출 비중을 조정하기 시작한 시기와도 겹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2011년을 전후로 내부에서 소매금융의 중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대출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아 리스크가 큰 탓에 가계대출·기업대출 구성비를 경쟁 은행 수준으로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2010년 이후 우리은행이 대기업 구조조정 '직격탄'을 맞은 뒤 가계대출, 특히 리스크가 적은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0년 금호그룹 워크아웃, 2013년 STX그룹·성동조선 유동성 위기 등으로 우리은행은 다량의 기업 부실채권(NPL)이 발생, 충당금을 쌓느라 순익이 악화됐다.

      실제로 2010년 우리은행의 기업 NPL 증가분은 2조9000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던 KB국민은행 증가분(1조1000억원)의 두 배를 상회했다. 2013년에는 2조5000억원을 기록해 KB국민·신한·하나·외환은행의 증가분 합산(1조7000억원)보다 많았다.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는 일단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 개선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은행권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을 늘린 뒤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실적 불안정성을 해소했다"면서 "가계대출 비중이 높아진 이후로 자산 규모 대비 합리적인 순익을 안정적으로 내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적정성·자산건전성 지표 개선에도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담보부적 성격이 큰 가계대출은 위험가중치와 연체율이 낮다"면서 "자본적정성 지표 중 하나인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BIS비율)과 연체율이 반영되는 자산건전성 지표 산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은 감독당국의 정책 방향과는 배치되는 모양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세가 과도하다고 보고 속도 조절에 나섰다. 시중은행들에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요구했고, 이르면 올해 안에 연 소득 대비 총 부채원리금상환액(DSR) 평가 등을 도입해 가계대출을 증가세를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올 상반기 증가분은 1~3년 전 승인됐던 대출건의 집행 자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면서 "올 초부터 신규 발생분은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