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지분 가치 1조원이나 줄어
순차입금 증가로 재무 부담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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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재계에 ‘백기사’가 필요하다면, 시장에서 첫째로 떠올리는 후보는 KCC다. 삼성그룹에 무려 1조4000억원을 투입하며 우군 역할을 한 이력 때문이다. 하지만 KCC의 상황은 그리 여의치 않다. 통합 삼성물산 출범에 결정적 역할을 한 공로에 대한‘대가’는 미확정이고, 삼성물산 지분에 자산이 묶여있다. 차입금 증가로 재무건전성에 대한 신용평가사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KCC는지난해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외부 차입까지 일으켜 삼성그룹을 지원했다. 하지만 통합 후 1년새 해당 지분의 가치는 1조원이나 떨어졌다. 두 그룹 간 사업적인 제휴가 활발한 것도 아니다.
KCC는 지난 2011년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인수하면서 삼성가(家)와 인연을 맺었다. 삼성카드는 금융산업 구조개선 법률(금산법)에 따라 삼성에버랜드 지분율(25.64%)을 5% 미만으로 낮춰야 했다. KCC가 삼성에버랜드 주식 17%를 7741억원에 인수하면서 삼성가 핵심 회사 지분의 이탈을 막을 수 있었다. 삼성에버랜드는 2013년 말 제일모직 사업을 양수하고, 2014년 7월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2014년 말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KCC가 보유한 제일모직 주식의 가치는 2조4406억원(2015년 6월말)까지 증가했다. 여기까지의 투자는 성공적이었다.
KCC는 2015년 6월 삼성물산 자사주 전량(5.96%)을 6979억원에 인수했다. 삼성물산 자사주를 확보한 KCC는 이어 7월에 열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에서‘찬성표궩를 던지며 삼성가를 지원했다. 이에 힘입어 합병안이 통과됐고, 같은해 9월 1일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다. 든든한 우군이자 공신 역할을 한 셈이다.
통합 이후 삼성물산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KCC가 보유했던 합병 이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의 가치는 3조570억원이지만, 통합 후 1년 만에 해당 지분의 가치는 2조922억원으로 줄었다.
추가 투자에 대한 뚜렷한 메리트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합병 1년이 지났지만 양사간 뚜렷한 사업·전략적 시너지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올해 초 삼성물산이 KCC에 국내 건설·주택사업(래미안)을 매각하고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한다는 설이 돌았지만 양사 모두 이를 부인 중이다.
단기간에늘어난순차입금도문제다. KCC순차입금은 2014년 말 연결기준 -852억원이었다. 2015년 삼성물산 자사주 취득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외부 차입규모가 크게 늘어 2015년 말 순차입금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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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게 적용되면서 매도가능금융자산처분손실 1177억원도 반영됐다. 결과적으로 KCC가 지난해 삼성그룹을 지원한 이후 KCC의 올해 상반기 말 매도가능금융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1조416억원 줄었다.
재무여력 감소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NICE신용평가는 “KCC의 추가 지분투자로 인한 차입금 확대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업 리스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KCC는 대체적으로 사업군·매출처가 잘 분산돼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조선업 위기는 이미 현실화했고, 주택건설·자동차 업황에 대한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각 사업에서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재무적 버퍼가 필요하지만 현금성자산은 2014년 1조109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말 기준 628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KCC는 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현대건설 등 범(汎)현대가 주요 기업들을 대형 매출처로 확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현대산업개발·한라홀딩스·현대종합상사 등 이미 KCC가 확보하고 있는 범현대가 상장사 주식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러다보니 범현대가 내에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사태가 벌어질 경우, KCC의지원 가능성을 거론하는 시각도 있다. 또한 삼성 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에서 순환출자 고리 해결을 위한‘백기사’가 필요할 경우, 다시 KCC가 나설 가능성도 언급한다.
KCC는“현재 재무상태에는 문제가 없으며 추가 투자는 구체적으로 생각한 바없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KCC가 추가 투자를 나서긴 어렵다는 평가다. 삼성물산 투자로 이렇다 할 편익을 얻지 못하고, 재무여력이 축소됨에 따라 추가 지분투자에 대한 시장 의견은 극히 부정적이다. 결국 또 다른 투자기회가 발생하더라도 KCC의 참여가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현 상황에서 KCC가 추가적인 지분투자에 나선다면 당장 주가에 하락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며 중장기적으로 회사 신인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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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9월 06일 13:30 게재]